더불어민주당이 2015년 처음 발의된 노동조합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을 2월 국회에서 밀어붙이는 것은 당이 처한 정치적 상황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지지층 결집과 범야권 협조를 위해 쟁점 법안 처리에 나섰다는 것이다. 민주당 최종안에 정의당의 요구가 상당 부분 반영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노동 전문가들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파업이 가능한 대상과 행위의 범위가 크게 넓어져 ‘파업 만능주의’를 조장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15일 민주당 단독으로 진행한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노조법 개정안은 크게 노동조합의 교섭 대상과 쟁의의 개념 등을 확대하는 내용(2조)과 불법파업 근로자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3조)을 담고 있다. 업계 예상과 달리 손해배상에 대한 직접적 제한보다는 사용자와 노동쟁의의 개념을 넓히는 데 방점이 찍혔다. 손해배상 범위를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데 따른 위헌 논란 등을 피하면서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을 줄이려는 의도다. 합법 파업의 범위를 넓혀 놓으면 손해배상을 다툴 여지 자체가 크게 줄어든다.
파업 상대방이 되는 사용자는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개념을 확대했다. 하청 노조가 원청 사업주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거나, 파업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또 파업 등 노동쟁의를 허용하는 범위는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까지로 확대했다. 김희성 강원대 교수는 “경영상 판단으로 봐서 파업 대상으로 삼을 수 없었던 채용, 정리해고, 해고자 복직 등에 대한 파업도 허용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영계는 파업 허용 범위 확대가 ‘사용자성 확대’와도 맞물린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파업 주체는 물론 파업 범위까지 확대돼 불확실성이 배가된다는 것이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법안의 구성이 엉성해 변호사마다 해석이 분분하다”며 “또 다른 분쟁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사활을 건 대장동과 김건희 여사 특검 추진을 위해 정의당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도 강행 처리에 나선 배경으로 꼽힌다. 2월 국회에서 여당 동의 없이 김건희 특검법을 처리하려면 180표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두 당은 부인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 ‘특검법-노란봉투법’ 거래설도 제기된다. 양당은 2019년 4월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및 선거법 개정 문제를 연계해 패스트트랙 지정에 합의한 전례가 있다.
이유정/곽용희/양길성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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