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와 정책의 기능별 책임성·전문성 제고를 위해 조사-정책 부서를 분리해 운영하기로 했다. 조사와 심판의 분리 운영 강화를 위해 부서 간 인사이동도 제한한다. 공정위는 이와 함께 조사 범위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조사권의 내용과 한계를 명확히 하고, 절차적 권리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16일 브리핑을 통해 "사건처리 절차·기준 정비, 사건처리 역량 강화, 조직개편 방안 등을 포함한 ‘공정위 법 집행 시스템 개선 방안’을 마련해 추진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업무보고 때 공정위 법 집행의 예측가능성·투명성 강화, 증거자료 보존·관리 및 신속처리 시스템 구축, 조사·정책·심판의 기능별 분리를 위한 조직개편 등을 지시한 바 있다.
공정위는 현 공정위 사무처를 정책 부서와 조사 부서로 분리해 사무처장은 정책기능, 가칭 조사관리관은 조사기능을 각각 전담 운영하도록 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이를 위해 1급 상당의 조사관리관을 신설하되, 사무처 내 국·과장 한 자리씩을 감축한다. 조사-심판 분리 운영 강화를 위해서는 피심인·심사관에게 동등한 위원보고 기회를 부여하고 조사 부서에서 심판 부서로의 인사이동을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사건처리 절차와 기준과 관련해서는 조사공문을 구체화하고 자료제출 관련 이의제기절차를 신설하는 등 조사권의 내용과 한계를 명확히 한다. 예비 의견청취절차 신설과 자기 사건 조회시스템 개편 등 조사 심의 제도를 개편하는 내용도 담겼다.
조사공문 구체화를 위해 현장 조사 때 조사공문에 법위반혐의 관련 거래 분야·유형, 중점 조사 대상 기간의 범위를 명확하게 기재하여 고지하기로 했다. 거래 분야의 경우 피조사기업이 영위하는 사업 영역 중에서 조사 대상이 되는 하위 분야 등으로 범위를 한정해 기재하도록 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또, 기본적으로 공문에 기재된 기간에 한정해 조사하고 조사 과정에서 대상 기간 확대가 필요한 경우 추가 기간과 사유를 명시한 공문을 별도로 교부하겠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이의제기 절차도 신설한다. 조사공문에 기재된 조사 범위를 넘어서서 자료가 수집된 경우에는 공식적인 반환 청구 절차를 도입한다. 현장 조사 때 피조사기업이 자료를 이미 제출했다 하더라도 그 이후 피조사기업에게 제출자료의 조사 목적 관련성 등을 재검토할 기회를 추가로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조사 받는 기업은 반환·폐기가 타당하다고 판단되는 자료가 있을 때 조사부서가 아닌 별도로 구성되는 심사위원회에 공식적으로 해당 자료의 반환 등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공정위는 조사 편의를 위해 CP팀·법무팀 등 준법 지원 부서를 먼저 조사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조사지원 부서가 법 위반 또는 증거인멸 행위에 직접 관여하는 등 필요한 경우에는 엄정하게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공정거래 당국은 이 외에 예비 의견청취절차 신설, 피조사기업과 사건관리자 간 조사단계서 공식적인 대면 회의 절차를 도입, 심의를 2회 이상 실시 등 변론 기회 확대도 추진한다. 피조사기업·신고인이 사건담당자·진행 상황 등을 온라인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자기 사건 조회 시스템’도 개편한다.
장기·시효 임박 사건은 단계별 특별관리체계를 마련하고 처리 기간 준수를 부서장 평가에도 반영해 장기사건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당사자 간 분쟁적 성격이 강해 빠른 피해구제가 필요한 사건은 동의의결제 등 대체 분쟁 해결 수단 활성화를 통해서 조기 해결을 유도한다. 사실관계 확인만으로 처리할 수 있는 행위는 사건처리 및 조치 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해 신속 처리한다.
한 위원장은 "공정위는 올해 상반기 조사절차 규칙, 사건절차 규칙 등을 개정하는 등 마련된 법 집행 시스템 개선 방안을 조속히 시행할 계획"이라며 "조사와 정책 부서를 분리 운영하기 위한 조직개편도 올해 상반기까지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법 집행의 예측 가능성과 효율성이 제고되면 공정위에 대한 국민과 시장의 신뢰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공정위는 앞으로도 시장과 지속해서 소통해 법 집행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를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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