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과 검정… 북산의 색이다!”
찢어진 농구화를 들고 온 강백호에게 신발 가게 아저씨가 애지중지 아끼던 ‘에어조던 1 하이 브레드’를 건네면서 했던 대사다. 1990년대를 풍미한 농구 만화 슬램덩크의 이야기다. 3040 남성들이 모이면 요즘 빠지지 않는 대화의 주제는 바로 슬램덩크. 일본에서 완결된 지 26년 만에 영화로 개봉해 국내에서 관객 300만 명(2월 16일 현재을 돌파했다. 역대 국내 개봉 일본 영화 중 2위인 ‘하울의 움직이는 성’(301만 명)을 조만간 넘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전국의 소년들을 농구 코트로 이끌었던 만화책이 영화로 돌아오자 옛 추억에 잠기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 시절 어린 소년들은 어느새 중년에 접어들었고, 다시 농구공을 잡기엔 체력이 예전 같지 않은 나이가 됐다.
추억을 소장하고, 그 시절 나를 회상하고 싶은 이들이 요즘 몰려가는 곳이 있으니 바로 팝업스토어와 서점. 굿즈를 사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는 것은 물론 5년 전 나온 만화책(슬램덩크 신장재편판)은 두 달 새 100만 부 넘게 팔렸다. 농구화는 슬램덩크 세대 소비의 정점이다. 만화책에 등장했던 모델들은 지금도 ‘강백호 신발’과 ‘서태웅 신발’로 불리며 인기다. 북산고 멤버가 착용한 농구화를 보고 가슴이 설레는 이들이여, 잊지 말자. ‘지갑은 그저 거들뿐’.
강백호의 첫 농구화 ‘에어조던 6 인프라레드’
‘풋내기’ 강백호가 처음으로 신은 농구화는 ‘에어조던 6 인프라레드’다. 슬램덩크가 연재되던 시기인 1990년도에는 가장 최신 농구화였다. 화이트 베이스에 붉은색 컬러로 포인트를 줬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일본의 로봇 만화의 대명사 건담과 스포츠카 포르쉐의 뒷부분 리어윙에서 영감을 얻었다. 마이클 조던의 백넘버 23을 새긴 반투명 밑창(아웃솔)이 특징이다. 1991년 조던이 에어조던6를 신고 첫 번째 챔피언십 타이틀을 차지했다. 2015년 10월에는 슬램덩크 명장면을 새긴 붉은색 컬러의 한정품이 발매되기도 했다.
강백호가 NBA의 리바운드 제왕 데니스 로드맨에서 따왔다면, 서태웅은 조던을 모티브로 탄생한 캐릭터다. 그가 신는 신발은 ‘에어조던 5 파이어 레드’다. 시카고 불스를 상징하는 화이트 레드 블랙 컬러다. 사실 이 신발은 다른 에어조던 시리즈에 비해 비주류 모델이다. 이렇게까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산왕과의 경기에서 1점 차 역전승을 거둔 뒤 강백호와 하이파이브 하는 장면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1990년 첫 발매 후 2020년 네 번째로 복각해 판매했다. 합성 가죽을 쓰는 제품과 달리 초기 제품처럼 천연 가죽을 사용했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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