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비슷한 유혹에 빠진 듯하다. 인공지능(AI) 챗봇 챗GPT는 출시 닷새 만에 가입자 100만 명을 돌파했다. 페이스북이 10개월, 넷플릭스는 3년 만에 달성한 기록이다. 출시 두 달 만에 가입자 수는 3억 명,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억 명을 돌파했다.
실리콘밸리는 오랜만에 들썩이고 있다. 챗GPT가 웹 브라우저(1994년), 구글 검색엔진(1998년), 아이폰(2007년)을 잇는 정보기술(IT) 산업의 ‘게임체인저’란 분석이 나온다. 빌 게이츠는 “챗GPT는 최고의 혁신”이라며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월가도 들떴다. 더트랜스스트립트에 따르면 알파벳의 작년 4분기 콘퍼런스콜에서 AI란 단어는 총 62회 나왔다. 메타와 MS 콘퍼런스콜에선 각각 33회, 31회 언급됐다.
챗GPT가 화두로 떠오르기 직전까지 실리콘밸리는 침체 경고에 휩싸여 있었다. 고강도 금리 인상에 따른 주가 폭락과 함께 성장 동력을 잃었다는 진단이 나왔다. 미국 증권사 번스타인은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의 뒤를 잇는 차세대 혁신이 없다면 기술주는 잃어버린 10년을 맞을 수도 있다”고 했다. 챗GPT 등장에 분위기는 급반전했다. 지난주 내내 막대한 자금이 기술주에 유입됐다. 대부분이 MS와 엔비디아 등 AI 관련주에 쏠렸다.
2018년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최고경영자(CEO)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AI는 전기, 심지어 불보다 인류에 더 심오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일까. 다행스러운 것은 그 해답의 키를 인간이 쥐고 있다는 사실이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호모데우스>에서 이렇게 썼다. “우리는 소행성을 두려워할 게 아니라 우리 자신을 두려워해야 한다. 왜냐하면 호모 사피엔스가 게임의 규칙을 바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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