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침공 1년째인 오는 24일을 앞두고 러시아의 대공세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 러시아군이 전력의 97%를 우크라이나에 투입하면서 몰도바에 정찰용 풍선, 폴란드 접경지에 정찰기를 보낸 정황이 포착됐다. 전쟁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9년 만에 방위비 지출 목표치를 올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러시아 대형 풍선 발견 잇달아
15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총참모부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국경을 따라 포격, 미사일 발사 등의 빈도를 늘리고 있다”며 “14일에만 로켓포 공격을 70차례 가했다”고 밝혔다.같은 날 러시아 국방부는 “루한스크주 내 우크라이나 방어선 2곳을 돌파했다”며 “우크라이나 군은 점령지에서 최대 3㎞까지 후퇴했다”고 주장했다. 도네츠크주 도시인 바흐무트에서도 러시아군이 포격 지원과 지상군 투입을 병행하면서 도시 함락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공세 강화로 러시아군의 전력 손실 속도도 빨라졌다. 영국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12일까지 이달 러시아군의 하루 평균 전사자 수는 824명을 기록했다. 개전 직후였던 지난해 2월(1140명) 후 최고치다. 지난해 6~7월에는 전선이 고착되면서 전사자 수가 100명대에 머물렀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전투에 투입된 러시아군의 추가 인력들은) 훈련도 잘 못 받고 장비도 부족하다”며 “이 때문에 사상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방은 러시아가 조만간 대공세에 나설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이날 BBC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육군 전체 전력의 97%가 우크라이나에 진입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13일엔 러시아 정찰기가 전투기 SU-27 2대의 호위를 받으며 폴란드 국경 인근까지 접근하자 네덜란드 국방부가 폴란드에 주둔시켰던 F-35 전투기 2대를 출격시키며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러시아가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풍선도 포착됐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러시아가 군사적 목적으로 띄운 것으로 보이는 풍선 6개를 발견해 격추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무인 정찰기 재고가 부족해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을 탐지하고 대공망을 교란하기 위해 풍선을 날렸다는 게 우크라이나 측 주장이다. 우크라이나 남서부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몰도바도 “기상 관측용 풍선 모양을 한 러시아 비행체가 발견됐다”며 14일 영공을 약 1시간 폐쇄했다.
NATO, 전쟁 장기화 대비
공세 징후가 분명해지자 미국은 러시아의 우방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중국이 전쟁을 중재해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높이려는 시도와 동시에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에 전념하고 있다”며 “중국은 (전쟁 중재와 관계 강화) 둘 다 하려고 하지만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과 이란에도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러시아의 잘못된 침략을 지원하는 국가는 앞으로 많은 문제를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서방은 전쟁 장기화를 대비하는 수순이다. NATO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국방장관 회의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수준인 방위비 지출액을 올리는 안건을 논의했다. 2%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을 계기로 NATO 회원국이 설정한 방위비 지출 목표치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NATO 사무총장은 “2014년에는 2% 지출 공약이 옳았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더 위험한 세상에 살고 있다”며 “2%를 목표 상한치가 아니라 하한치로 간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회원국은 지출 목표치를 2.5% 이상으로 올리는 안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선 “지금 중요한 사안이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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