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수사가 시작된 지 1년5개월 만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의혹의 정점에 이 대표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검찰은 150쪽에 달하는 구속영장에서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 사업의 최종 책임자로서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몰아줘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95억원의 손해를 입혔다고 결론 내렸다. 또 이 대표가 민원이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성남FC에 후원금 133억원을 내도록 했다고 봤다. 이들 사안이 중대하고, 사건 관련자들이 말을 맞출 우려 등이 있는 만큼 구속이 필요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대장동 일당이 이 대표 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구속 기소),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구속 기소),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과 유착해 막대한 부당이득을 챙겼다고 봤다.
당시 성남시장인 이 대표가 ‘제1공단 공원화’라는 공약 달성을 위해 민간업자들에게 용적률 상향, 임대주택 비율 축소, 서판교 터널 개통 등 각종 특혜를 몰아줬다는 것이다. 그 결과 공사와 민간이 함께 만든 시행사 성남의뜰 지분 ‘50%+1주’를 가진 공사는 확정이익 1830억원만 배당받으면서 4895억원의 손해를 봤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지분 7%인 민간업자들은 7886억원의 이익을 얻었다고 판단했다. 민간업자의 이득은 택지 분양 수익(4054억원), 출자자 직접 사용 5개 필지에 대한 아파트 분양 수익(3690억원), 화천대유의 자산관리 위탁수수료(140억원) 등이다.
검찰은 민간의 부당이득 가운데 성남시가 의도적으로 포기한 이익을 4895억원으로 산정했다. 공사가 받을 수 있었던 적정 배당 이익 6725억원(전체 개발 이익의 70%)에서 실제로 받은 확정이익 1830억원을 뺀 액수다. 이 대표에게 적용된 배임액은 2021년 1차 수사팀이 산정한 액수인 ‘651억원+α’보다 7.5배 늘어났다. 당시 검찰은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이 예상 택지개발이익을 3.3㎡당 분양가 1500만원 이상에서 1400만원으로 축소한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통해 공사가 최소 651억원을 덜 받았다고 본 것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역주민과 자치단체에 돌아가야 할 천문학적 개발이익을 부동산 개발업자와 브로커들이 나눠 가진 지역 토착 비리”라며 “장기간 많은 사람이 관여한 사건인 만큼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 않았다면 야당 대표 구속을 시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김씨의 천화동인 1호 지분 일부(428억원 상당)를 차명 보유했다는 의혹(부정처사 후 수뢰)은 이번 구속영장에서 혐의로 다뤄지지 않았다. 김 전 부원장과 정 전 실장이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받은 돈이 이 대표의 대선 과정에 쓰였다는 의혹(정치자금법 위반)도 혐의 목록에서 제외됐다.
이 대표 측과 대장동 일당 간 유착관계는 2013년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이 추진될 무렵부터 시작됐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이 대표가 직무상 비밀을 이용해 남욱 변호사 등 민간사업자가 시행사를 맡고, 호반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되도록 해 이들이 211억원의 이익을 얻도록 도왔다고 봤다. 검찰은 성남FC 사건을 두고선 이 대표에게 제3자 뇌물죄를 적용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자 성남FC 구단주일 때 신규 건축 및 용도 변경 인허가 등의 청탁을 받고 네이버 두산건설 차병원 푸른위례 등 4개 기업으로부터 133억5000만원을 성남FC 후원금으로 유치했다고 봤다.
김진성/전범진/최한종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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