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잡아라'…카카오T 과징금에 불붙은 수임경쟁 [김진성의 로펌인사이드]

입력 2023-02-17 07:20   수정 2023-02-17 07:44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호출 앱 ‘카카오T’의 운영방식 문제로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257억원을 부과받으면서 플랫폼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미 네이버가 쇼핑·동영상·부동산 사업을 겨냥한 제재에 반발해 공정위를 상대로 동시다발적인 소송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또 다른 대형 플랫폼인 카카오까지 대규모 과징금 조치를 받고 분쟁 준비에 돌입해서다. 규제 강화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국내 주요 로펌들은 플랫폼 기업들을 상대로 더욱 적극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
◆과징금 맞은 네·카, 공정위와 소송전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공정위의 과징금 조치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 준비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공정위의 조사가 진행될 무렵부터 김앤장과 함께 대응방안을 짜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소송 진행과정에서도 “카카오T의 호출방식은 불공정 경쟁이 아니라 소비자 우대”라는 주장을 강하게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는 지난 14일 카카오모빌리티가 배차 알고리즘을 조작해 카카오T 블루 가맹기사에게 일반호출을 우선 배차하거나 수익성이 떨어지는 1km 미만 배차를 제외·축소하는 불공정 행위를 했다면서 시정명령과 함께 25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카카오T 가맹기사보다 비가맹기사가 택시를 호출한 소비자에 가까운 곳에 있음에도 가맹기사가 배차를 받음으로써 가맹기사 수입이 상대적으로 더 늘었을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후생까지 나빠졌다고 판단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알고리즘 도입으로 호출 후 배차까지 걸리는 시간이 15초에서 8초로 단축됐고 배차 성공률도 높아졌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빅테크인 네이버도 공정위와 장기간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지평(쇼핑) 광장(부동산) 태평양(동영상) 등 내로라하는 대형 로펌들이 조력자로 참여해 있다. 공정위가 3년 전 쇼핑·동영상·부동산 사업에서의 시장지위 남용을 주장하며 네이버에 잇달아 과징금 처분을 내린 것이 발단이 됐다. 공정위는 2020년 9월 경쟁사업자에 부동산 매물정보가 제공되는 것을 막았다면서 네이버에 과징금 10억3200만원을 부과했다. 10월엔 쇼핑·동영상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사와 계약을 맺은 공급자의 상품과 동영상을 우선 노출했다고 지적하면서 쇼핑에 266억원, 동영상에 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네이버는 적극적인 법적대응에도 재판에선 큰 소득을 거두진 못한 상태다. 쇼핑 검색 알고리즘에 대한 제재를 두고 벌인 소송은 1심과 2심에서 잇달아 패소하고 올초 상고했다. 동영상 검색 알고리즘 소송은 지난 9일 2심에서 원심을 뒤집고 과징금 취소 판결을 받아냈지만 재판부가 네이버의 사업방식을 “부당한 차별”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찜찜한 측면이 있다. 이 소송 역시 대법원까지 가서야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강력제재 신호” 로펌들, 앞다퉈 공정거래 투자
플랫폼업계에선 공정위의 카카오모빌리티 제재를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달 매출 외에도 이용자 수와 이용빈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독과점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을 내놓으며 규제 강화를 예고했다. 이 지침에 나온 ‘경쟁 제한 우려가 있는 주요 행위 유형’ 중 하나가 바로 카카오모빌리티 제재 근거인 ‘자사 우대’다. 자사 우대는 자사와 거래하는 사업자의 상품을 그렇지 않은 사업자의 상품보다 우선으로 노출시키는 등 유리한 대우를 하는 것을 말한다.


한 대형로펌 공정거래 담당 변호사는 “네이버와 카카오뿐만 아니라 배달의민족, 쿠팡, 컬리, 당근마켓 등 비슷한 성격의 다른 대형 플랫폼도 얼마든지 제재대상이 될 수 있다는 신호”라며 “전자상거래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기업조차 카카오모빌리티가 과징금을 부과받은 뒤 앱을 만들 때 약관 등에서 위법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없냐는 등의 문의를 할 만큼 플랫폼업계 전반에 불안감이 증폭돼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와 신세계 등 전통 대형 유통업체로도 불똥이 튈 가능성까지도 거론된다. 이들이 독자적으로 만들어 육성 중인 온라인 플랫폼 역시 공정위가 제시한 규제 대상에 해당할 수도 있어서다. 넷플릭스와 웨이브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화면 상단에 띄우고 있는 대형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도 제재 대상이냐를 두고도 논란이 더욱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하나하나 따지고 들면 부당한 지원으로 시장경쟁을 제한한다고 지적할 수 있는 기업이 적지 않다”며 “정부의 강력한 규제와 여기에 반발하는 기업들 간 분쟁이 더욱 잦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분위기 변화를 감지한 로펌들은 일감 확보를 위해 규제에 엮일 수 있는 기업들과의 접촉 빈도를 늘려가고 있다. 동시에 지속적인 인재 영입을 통해 공정거래 분야 경쟁력 강화에도 힘쏟고 있다. 태평양이 지난달 채규하 전 공정위 사무처장을 고문으로 영입한 데 이어 화우도 지난 16일 전일구 전 공정위 사무관을 전문위원으로 맞았다. 광장(정수진 판사)과 세종(권순열 판사), 바른(김용하 판사)은 서울고등법원에서 공정거래 재판을 담당했던 법관을 변호사로 영입했다.

대형 로펌 관계자는 “플랫폼 규제를 둘러싼 갈등이 갈수록 심화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관련한 법률자문과 소송대리 업무를 맡기 위한 로펌들간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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