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트렌드
한샘·롯데지주·대웅, 보통주 자사주 지분율 TOP3
미래에셋증권, 2020년부터 매년 자사주 소각
‘소각 의무화’ 확정되면 일부 자사주 물량 쏟아질 우려도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상장사들도 주주환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하면서 ‘자사주 매입’이 유행처럼 번졌다. 하지만 단순히 자사주를 매입하기만 하는 데 대해 일각에서는 ‘향후 자사주를 매도해 주가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비난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에 보유 중인 자사주 전량을 5년 내 소각하기로 한 삼성물산이 큰 주목을 받았다. 삼성물산은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고 보유 중인 보통주 2471만899주(지분율 13.23%)와 우선주 15만9835주(9.8%)를 5년 동안 매년 이사회 의결을 거쳐 소각하기로 결정했다고 16일 공시했다. 약 3조원 규모다. 삼성물산 주가는 3.77% 상승했고, 이튿날인 17일 00% 더 올라 0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기업이 보유 중인 자사주를 소각하면 주주들의 지분율과 함께 수익성지표인 주당순이익(EPS)를 끌어 올리는 효과가 있어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보다 더 강력한 주주환원책으로 평가된다. 미 증시에 상장된 빅테크 기업의 경우 당기순이익을 넘어서는 규모의 배당과 자사주매입에 나서기도 한다.
올해 들어 현대차, KB금융지주, 메리츠화재,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KT 등이 자사주 소각 결정을 공시했다. 이들 기업이 밝힌 소각 규모는 모두 1조3000원 수준이다.
자사주 소각을 위해서는 우선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KB금융지주처럼 장내 매수해 소각할 수도 있지만, 보유한 자사주가 많은 기업일수록 삼성물산처럼 대규모로 소각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한경 마켓PRO는 에프앤가이드의 데이터가이드 서비스를 활용해 코스피200 편입 종목 중 자사주를 많이 보유한 기업을 추려봤다. 스크리닝 결과 지난 16일 기준 보통주 지분율 10% 이상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보유한 종목은 한샘, 롯데지주, 대웅, SK, 미래에셋증권 등 모두 24개였다.
코스피200 편입 종목 중 보유한 보통주 자사주의 지분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한샘으로, 32.63%(767만8487주)를 보유하고 있다. 작년 말과 비교하면 지분율이 4.99%포인트 높아졌다. 한샘은 작년 3월24일과 5월12일 두 차례에 걸쳐 자기주식 취득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공시에 포함된 취득 목적은 각각 ‘주가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와 ‘적극적인 주주환원 시행’이다.
보통주 자사주 지분율 2위는 롯데지주다. 지분율은 21.51%(3410만3937주)이며, 2021년말 이후 변동이 없었다.
대웅의 보통주 자사주 지분율은 28.48%(1656만640주)로, 코스피200 편입 종목 중 3위지만, 2021년말 이후 지분율은 0.03%포인트 후퇴했다.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에 따라 자기주식을 교부한 결과다.
보통주 자사주 지분율 25.59%로, 코스피200 편입 종목 중 네 번째로 높은 SK는 2021년말 이후 지분율이 1.24%포인트 늘었다. 2022년 3월3일과 3월29일에 각각 임원과 사외이사에 대한 보수 지급을 위해 자기주식 처분을 결정했지만, 같은해 8월30일에 2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취득을 위한 신탁계약을 SK증권과 맺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미래에셋증권이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한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미국 빅테크 기업과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현재 보통주 자사주 지분율은 23.76%로, 코스피200 편입 종목 중 5위다. 2021년말과 비교하면 지분율이 0.81%포인트 감소했지만, 작년 1월28일 자사주를 소각한 데 따른 지분율 감소다. 미래에셋증권은 자사주를 소각한 당일부터 3개월동안 소각 물량의 절반 규모로 자기주식을 다시 취득했다.
보통주 자사주 지분율이 높다는 이유만으로만 주주환원 가능성이 높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회사가 시장에 자사주를 팔 가능성이 있어서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자사주 매입 후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자사주 제도 개편안을 검토 중이라는 점은 자사주 지분율이 높은 기업의 주가에 변수가 될 수 있다. 만약 자사주 매입 후 소각 의무화가 확정되면 주주환원을 목적으로 사들인 게 아닌 기업들이 자사주 매도에 나서 주가가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금융투자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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