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애호가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서 요즘 많이 보이는 글이다. 위스키가 직장인들이 ‘2차’에서나 가끔 들이켜던 술이었을 시절엔 과세체계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일반인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입맛에 맞는 위스키를 적극적으로 찾아 마시는 2030세대가 급증하면서 주세에 대한 주목도도 높아지는 추세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위스키, 소주 등 증류주는 가격이 비쌀수록 세율이 올라가는 종가세에 기반해 과세한다. 술의 양, 도수에 비례해 세금이 부과되는 종량세 기반의 맥주, 탁주와 다르다. 증류주는 세율이 72%, 약주·청주·과실주는 30%다. 다른 주종에 비해 가격이 특히 비싼 위스키가 ‘세금 폭탄’을 맞게 되는 구조다.
일본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은 종량세를 적용하고 있다. 1L 용량의 40도짜리 위스키 과세표준이 1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일본에서는 4000원 정도의 주세가 붙는다. 위스키 가격이 20만원이라도 용량·도수가 같으면 주세도 같다. 여기에 소비세(10%) 등이 얹힌다.
한국으로 오면 확 달라진다. 10만원짜리 위스키에 주세 7만2000원이 붙는다. 주세의 30%만큼 교육세(2만1600원)도 더해진다. 여기에 부가세 10%를 얹으면 세금만 11만원이 넘는다. 같은 도수, 같은 용량의 20만원짜리 위스키는 주세(14만4000원), 교육세(4만3200원), 부가세(3만8720원)가 더해져 20만원 이상으로 뛴다.
위스키업계를 중심으로 오랜 기간 이런 주세법 개정 필요성이 제기돼 왔지만, 과세당국은 섣불리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같은 증류주인 ‘서민의 술’ 소주 가격 상승을 우려해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소주는 종가세 체계에서 부담이 굉장히 낮지만, 종량세가 적용되면 위스키랑 세율이 같아져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며 “이런 점을 고려해 2020년 맥주, 탁주가 종량세로 전환될 때 증류주는 빠졌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맥주, 탁주가 종량세로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상황을 지켜보며 증류주의 종량세 전환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위스키 저변이 급격히 확대돼 ‘정부가 눈치 보지 말고 움직여야 한다’는 여론의 압력도 거세졌다. 여기엔 술산업 육성이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된 사례가 쌓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
가수 박재범 씨의 원스피리츠가 생산설비가 있는 강원 원주에서 이 지역 1년 생산량(1만3000t)에 육박하는 1만t의 쌀을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한 게 그렇다. 김창수 김창수위스키증류소 대표는 “주세법이 바뀌기 전까지는 한국에서 고급술이 성장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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