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국내 최대 반도체 디자인하우스 에이디테크놀로지의 박준규 대표(사진)는 “칩 사이즈가 커지고 공정이 복잡해지면서 디자인하우스의 역할이 단순 지원을 넘어 설계까지 맡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본격적인 디자인하우스 시대가 열렸다”고 강조했다.
1992년부터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에서 반도체 개발 경험을 쌓은 박 대표는 2005년부터 에이디테크놀로지 영업총괄을 맡아왔다. 2020년 삼성 파운드리 디자인솔루션파트너인 ‘DSP’ 합류를 추진했다. 대만 TSMC 디자인하우스 파트너 ‘VCA’ 지위를 내려놓고 ‘삼성 파운드리 생태계’로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DSP 합류 후에도 창업주인 김준석 대표와 각자대표 체제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박 대표는 경쟁이 격화하는 파운드리산업에서 삼성전자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봤다. 그는 “TSMC와 삼성 파운드리의 글로벌 점유율이 두 배 정도 차이 나지만 디자인하우스업계 시각에선 점유율은 중요하지 않다”며 “TSMC는 3나노미터(㎚·1㎚=10억분의 1m)까지 기존 핀펫(FinFET)을 적용하지만 삼성은 차세대 공정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를 먼저 적용했는데 이것이 자리잡으면 언제든 역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 파운드리의 GAA가 안정화되면 글로벌 팹리스 물량이 삼성으로 넘어올 가능성이 높다”며 “엔비디아 같은 팹리스가 물량을 어디에 맡기느냐에 따라 게임 양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대만에서도 5나노 이하의 최첨단 물량은 GUC, 알칩 같은 소수 업체만 한다”며 “판도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진단했다.
2021년까지는 3000억원대 매출을 유지했지만 지난해엔 TSMC에서 삼성 파운드리로 전환한 영향으로 매출이 1642억원으로 줄었다. 박 대표는 “2~3년 후부터 본격적으로 도약해 2030년 매출 1조원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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