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내연기관 시대, 남은 시간은 10년

입력 2023-02-20 07:20  


 -초등학생 어른 되면 전기차만 있을 수도

 유럽연합이 2035년부터 판매되는 새 차부터 내연기관을 아예 없애기로 했다. 여기서 내연기관 배제는 PHEV도 포함한다. 한 마디로 바퀴 회전에 필요한 모든 동력은 자체 무공해(수소) 발전 또는 외부 전원만 허가하겠다는 의미다. 물론 외부에서 자동차 배터리로 들어가는 전기 생산은 신재생 방식이 전제돼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일시적으로 석탄 발전을 잠시 일깨웠지만 신재생 확대 속도를 늦출 생각은 결코 없다. 오히려 신재생 전력과 수소 등의 확장을 통해 서둘러 에너지를 독립하는 것이 유럽의 미래를 고려할 때 '이익'이라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그런데 '2035'년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남은 기간만 따지면 불과 12년이다. 자동차 제품 변경 주기를 고려하면 두 번 바뀌는 시간이 전부다. 사람의 나이와 비교하면 2015년생이 만 18세에 도달해 운전면허를 취득할 시점에 구입 가능한 자동차는 전기차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 마디로 내연기관의 붕괴가 시작된 셈이다. 

 전기차 전환 의지도 확고하다. 내연기관 판매 중지를 두고 전환이 부진한 이탈리아가 강력 반대를 외쳤지만 상대적으로 BEV 보급 속도가 빠른 독일,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의 주도로 합의안이 통과됐다. 더불어 향후 늘어날 전기차에 공급할 전력 확보를 위해 재생에너지 비중은 2030년까지 45%로 늘리는 재생에너지지침(Renewable Energy Directive), 일명 RED 개정안도 이미 확정했다. 동시에 2027년까지 러시아산 화석연료 사용도 중단하기로 하면서 철저한 에너지 독립을 추진키로 했다. 

 이 과정에서 유럽연합이 주목한 궁극의 전기 원천 에너지는 수소다. 이미 유럽 전역의 수소배관망 구축 계획을 추진하는데 배관망은 스페인 이베리아반도에서 시작해 프랑스를 거쳐 유럽 전역으로 뻗어 나간다. 동시에 천연가스 파이프를 수소 전용으로 바꾸는 방안도 마련했다. 수소를 유럽의 게임체인저로 삼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한 셈이다. 

 그렇다면 유럽연합은 수소를 어떻게 만들까? 기본적인 관점은 자연으로부터 얻은 전기에너지로 물을 분해하는 수전해 방식에 몰려 있다. 여기서 만들어진 그린수소로 수소 전기차에 직접 넣어주거나 전기를 만들어 배터리 전기차에 옮겨주겠다는 방안이다. 자연환경에 따라 발전량이 영향받는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수소로 완벽히 메운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실제 영국은 당초 2030년까지 5GW의 수소를 생산키로 했지만 지난해 목표를 10GW로 확대했다. 다만 수소 생산을 늘리기 위해 그린 방식과 배출되는 탄소를 포집, 저장하는 블루 수소 생산도 허용키로 했다. 

 물론 이런 움직임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수소' 가격의 부담을 언급한다. 비싼 수소 값이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연결돼 경제적 장애물로 작용하는 만큼 신중론을 제기한다. 그러자 유럽연합 내 일부 국가들은 수소에 보조금을 주는 방안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그리고 이때 필요한 비용은 친환경 전환이 늦은 기업에 부과한다. 한 마디로 친환경에 동참하지 못한 기업은 아예 지속 가능성을 없애버리겠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최근 그린과 블루의 개념을 혼합한 '청록수소(Blue-Green)'가 주목받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쓰레기 등에서 기름을 추출하고 여기서 수소와 탄소를 분리해 각각 필요한 곳에 사용하는 방식이다. 수소 경제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쓰레기가 원료라는 점에서 관심을 기울이는 자치단체도 늘어나고 있다. 

 유럽연합의 내연기관 포기는 이동 역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거 동물의 힘에서 화석연료 동력으로 바뀌고 150년이 지난 지금, 또다시 유럽이 동력 전환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담고 있어서다. 이런 점에서 다시 내연기관 시대로 돌아가는 것은 이제 결코 쉽지 않다. 그리고 전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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