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60대는 노인티가 안 난다. 65세는 유엔(UN) 기준으로 ‘청년’이다. 65세 이상 무임수송제도는 1984년 도입됐다. 총인구 중 고령층이 3.8%인 시절이다. 이 수치는 최근 17.4%로 급등했다. 교통학회는 2050년 43%까지 치솟을 것으로 본다.
지하철 재정 악화 주범으로 고령층의 대중교통 공짜 이용이 꼽히는 이유다. 대구시, 대전시는 무임승차 연령을 70세로 올리려 벼르고 있다.
하지만 연령 상향은 쉬운 산수가 아니다. 따져볼 것이 많다. ①가난한 노인에게 무임승차는 생존 문제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0%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세 배 높다. 노인 공공일자리 수입은 시간당 2000원이다. 지하철 비용 1250원은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외출 비용이 늘면 일자리에 나가는 노인의 소득과 근로의욕이 떨어진다. 노인 일자리 확대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아닌가? 연령 상향이 자칫 국정과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②노년층 무임승차는 사회 전체에 득이 된다. 지하철로 돌아다니면 하루 만 보(步)는 금방이다. 노년층 ‘지하철 트레이닝’을 유도하는 자극제가 무임승차다. 2021년 노인 일자리 참여자는 73만 명이다. 노인인력개발원에 따르면 참여자의 개인별 의료비 지출이 비참가자보다 70만원 적었다. 의료비 절감액은 5200억원에 달했다.
③무임승차 연령 상향은 저소득 고령층에 더 가혹하다. 노년이 되면 10년 정도 외부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다. 2021년 건강수명(73세)은 기대수명(83.6세)보다 10년 짧다. 게다가 저소득층 건강수명은 고소득층보다 더 짧다. 전 국민 소득 분포에서 하위 20% 저소득층 건강수명은 평균 61세다. 건강수명이 평균 70세를 넘기는 집단은 상위 20% 고소득층이다(보건사회연구원 ‘보건복지포럼’ 보고서, 2019년 12월). 70세로 올리면 교통복지 혜택이 건강한 고소득층에 쏠리는 모순이 생길 수 있다.
④무임승차 연령 올리기는 ‘화약고’ 건드리기다. ‘한국 노인 무임승차가 정치적 골칫거리가 됐다.’ 해외 언론(영국 로이터통신)도 주목하는 이슈다. 20년 전 ‘노인 폄하 발언’으로 유력 정치인이 호된 시련을 겪었다. 현실 정치의 노년층 파워는 그때보다 세졌다. 대통령선거 유권자 4419만 명 가운데 65세 이상이 950만 명(21%)이다. 내년 4월이 총선이다.
문제를 넓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재정 악화가 무임승차 때문만은 아니다. 2017~2019년 서울지하철 당기순손실은 연평균 5502억원이다. 그 손실이 2020년 1조1137억원으로 급증했다.
반면 노년층 무임수송에 따른 손실은 3585억원(2017~2019년 연평균)에서 2020년 2643억원으로 되레 942억원 줄었다. ‘무임승차가 운행비용을 늘리지 않는다’는 게 교통학회 진단이다. 서울교통공사 방만 경영이 재정 악화 원인 중 하나라는 목소리도 높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무임수송 비용 중앙정부 지원 △출퇴근 시간대 노인 유료 탑승 △소득 수준별 요금 차등 지원 △지하철공사 경영 합리화 △무임승차 연령 단계적 상향 등이다.
어느 쪽으로 결론 나든 논의 시작점은 공신력을 갖춘 통계다. 무임승차 연령 상향 논의가 탄탄한 통계를 바탕으로 진전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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