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18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안보회의(MSC)에서 전격 회동했다. 미국이 지난 4일 미 동부 해안에서 중국 정찰풍선을 격추한 지 2주 만이다. 이들은 사태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겼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의 용납할 수 없는 주권 침해”라고 쏴붙였고, 왕 위원은 “미국의 히스테리이자 무력 남용”이라고 맞섰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회동 후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의심의 여지 없이 중국이 정찰을 시도했으며 미국이 정찰풍선 격추에 있어 과잉 반응을 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왕위 위원이 정찰풍선 사태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고 유감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왕위 위원은 “(미국의 격추는) 상상조차 할 수 없고 히스테리에 가까운 무력 남용으로 명백한 국제협약 위반”이라고 비판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다. 이어 “지구 상공에 매일 수많은 풍선이 떠다니는데 미국은 이것들을 다 격추할 것이냐”며 “이런 방법으론 미국의 강대함을 증명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국무부 고위 관리를 인용, “중국은 해당 풍선이 무엇인지 신뢰할 만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 등이 전쟁을 조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왕 위원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여러 차례 협상을 통해 중요한 진전을 이뤘지만 아쉽게도 평화회담이 중단됐고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갔다”며 “일부 세력은 평화회담의 성공이나 휴전을 원하지 않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대만 문제에 대해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블링컨 장관이 ‘하나의 중국’ 정책에 변화가 없음을 재차 강조했고, 왕 위원은 “대만 독립을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양국은 파국을 피하려는 의지도 보였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책임 있는 방식으로 관계를 관리할 책임이 있다”며 “소통라인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왕이 부장도 “미국이 중국의 발전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대하고 중·미 관계가 건전하고 안정된 궤도로 돌아가도록 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WSJ는 “양측 모두 정찰풍선으로 인해 고조된 긴장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인식했다”면서도 “하지만 회동에서 드러난 모습은 이런 기대와 차이가 있어 양국 관계가 개선될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전망했다.
워싱턴=정인설/베이징=강현우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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