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7일 홈페이지를 통해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관련 심층 조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13일 대한항공이 제출한 기업결합 신고서를 토대로 1단계(예비) 심사를 벌이면서 추가로 들여다볼 점이 있다고 판단해 2단계에 들어갔다는 설명이다.
EU 집행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한국의 1·2위 항공사라는 점을 언급하며 “유럽경제지역(EEA)과 한국 간 여객 및 화물 운송 서비스 시장의 경쟁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9년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시장 점유율은 인천~파리 60%, 인천~프랑크푸르트 68%, 인천~로마 75%, 인천~바르셀로나 100% 등이다.
대한항공은 EU와 협의를 거친 뒤 추가 자료와 시정 조치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국내외 항공사들과 운항 계획을 조절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을 줄이는 것도 검토 중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1단계 심사 기간이 짧은 점을 고려해 추가 자료 등을 일부러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2단계 심사에 필요한 자료들을 내면서 EU와 충분히 협의해 보완하는 게 승인에 훨씬 유리하고, EU도 이런 전략을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2단계 심사는 최대 125일간 가능하다. 이에 따라 EU 집행위는 7월 5일 전 합병 승인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2단계 심사에서도 EU 문턱을 넘지 못하면, 나머지 국가의 승인 여부와 무관하게 합병이 무산된다. 현재 한국을 비롯해 중국 베트남 태국 싱가포르 호주 등 14개국 심사가 끝난 상태다. EU와 영국, 일본, 미국 등은 심사를 진행 중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영국 등도 2단계 심사를 진행 중으로 통상적인 절차이며, 남은 국가들도 긍정적인 신호가 오고 있다”며 “EU 경쟁 당국 심사에 성실히 임해 조속히 기업결합심사를 종결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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