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태는 1980년 30대 초반의 나이로 이곳에 왔다. 광활한 대자연을 마음껏 렌즈에 담는 건 사진을 전공한 그의 오랜 꿈이었다. 로스앤젤레스(LA) 사진 현상소에 근무하며 생업과 작품 활동을 병행하는 등 수십 년간 갖은 노력을 기울인 끝에 그는 마침내 미국 사진전문잡지 ‘B&W’의 표지(2004년 6월호)를 장식하는 등 현지에서 알아주는 작가가 됐다.
서울 인사동 갤러리 인사1010에서 열리고 있는 ‘선율’은 15년 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김 작가의 개인전이다. 캘리포니아, 네바다, 오클라호마, 아이다호 등 자연 풍경을 찍은 50여 점의 사진이 벽에 걸렸다. 대부분이 콜로라도, 유타, 애리조나 등 남서부 사암지대의 사진이다. 브라이스캐니언, 데스밸리, 앤틸로프, 애스펀 등 독특한 풍경으로 유명한 장소에서 빛과 그림자가 시시각각 만들어내는 풍경을 그대로 사진으로 옮겼다.
지형 전체를 한눈에 조망해 장엄한 분위기를 극대화한 작품보다 특이한 바위 등 세부적인 지형을 잡아낸 것들이 더 많은 게 특징이다. 작가는 “전체의 모습에서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부분만을 찾아내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다알리아와 튤립, 목련 등 꽃의 시들어가는 부분을 확대 촬영한 식물 사진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전시는 오는 3월 14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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