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며 48일 만에 무력 도발을 재개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주도하는 북한 비핵화회의와 다음달 중순으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을 도발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의도를 ‘7차 핵실험을 위한 사전 준비’로 분석했다.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이 한미연합훈련 등을 계기로 도발 수위를 끌어올린 뒤 7차 핵실험을 마치고 미국과 ‘담판’을 짓기 위한 전략적 행보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신문은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이 화성-15형이라고 공개했다. 화성-15형은 2017년 공개된 액체연료 기반의 ICBM이다. 사거리는 1만3000㎞ 이상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이번에 쏜 화성-15형의 비행 궤적을 앞선 발사와 비교했을 때 성능이 개량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2017년 11월 화성-15형 발사 당시 북한은 정점 고도는 4475㎞, 비행거리는 950㎞라고 밝혔다. 비행고도가 1300㎞가량 늘어난 것이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2017년 화성-15형 발사 때보다 탄두 중량을 최소로 줄이고 일부 엔진의 성능을 개량해 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김여정은 또 “확장억제, 연합방위태세를 떠들며 미국과 남조선 것들이 조선반도 지역에서 군사적 우세를 획득하고 지배적 위치를 차지해보려는 위험천만한 과욕과 기도를 노골화하고 있다”며 3월 중순으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을 도발의 다른 이유로 꼽았다.
겉으로 드러난 북한의 주장과 달리 이번 도발의 성격은 ‘추가 도발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게 다수 전문가의 분석이다. 지난 1일 한·미가 B-1B 전략폭격기, F-35 전투기 등 전략자산을 동원한 공군연합훈련을 했을 때 북한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것도 이 같은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배경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점차 도발 수위를 높이면서 7차 핵실험을 완료한 뒤 핵 보유국 지위를 갖고 미국과 담판을 짓기 위한 의도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여정은 담화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서울을 겨냥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남조선 것들을 상대해줄 의향이 없다”며 이번 도발이 미국을 겨냥했음을 명확히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한·미는 연합훈련을 일정대로 진행할 것으로 보이고 북한은 미사일 발사 책임을 미국 측에 전가하며 강경 대응할 것이므로 2~4월 한반도 긴장은 최고조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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