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극비리 방문한 바이든 "푸틴 틀렸다"…5억달러 군사원조

입력 2023-02-20 21:25   수정 2023-03-22 00:01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나흘 앞둔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예고 없이 깜짝 방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방문과 함께 포탄, 대장갑 시스템, 방공레이더 등을 포함한 5억달러(약 6500억원) 규모의 새로운 군사 지원안을 발표했다. 전쟁의 장기화로 인한 피로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동맹국 간 균열을 차단해 결속을 다지고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전쟁이 발발한 지 1년이 됐지만 키이우가 서 있고, 우크라이나도 서 있다. 민주주의도 서 있다. 미국은 언제까지나 우크라이나 곁에 서 있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지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방문 목적은 미국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리려는 것”이라며 “미국은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키이우 도착에 맞춰 별도의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이 1년 전 침략을 개시했을 때 그는 우크라이나가 약하고 서방이 분열돼 있다고 생각했지만 완전히 틀렸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지지의 중요한 신호”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보안상 이유로 철저히 비밀리에 이뤄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폴란드까지 전용기로 이동한 뒤 기차로 국경을 건너 키이우까지 10시간 이동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당초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부터 사흘간 폴란드를 방문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국기를 연상시키는 파란색과 노란색이 섞인 넥타이 차림이었다. 그가 5시간 남짓 키이우에 머무는 동안 몇 차례 공습경보가 울려 퍼졌다. 다만 러시아 미사일이나 무인기(드론) 공습 보고는 없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사한 영웅을 위한 추모의 벽에 헌화하고 묵념했다.

전쟁 1년을 앞두고 서방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에선 우크라이나에 전투기 지원을 추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클 매콜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19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이길 수 있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 싸움에 투입해야 한다”며 전투기 지원을 촉구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당·사우스캐롤라이나)도 “(전투기 지원과 관련한)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미국은 그간 확전을 우려해 전투기 지원에는 선을 그었다. 다만 전쟁 상황에 따라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열어뒀다.

서방은 러시아를 겨냥한 제재망도 강화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이번주 러시아 제재안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기존 제재를 회피하거나 러시아 군수물자 지원을 돕는 기업 등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주엔 유럽연합(EU)의 대러시아 제재 패키지도 의결될 전망이다. 신규 제재안에는 러시아에 무인기 등 군수품을 제공하는 이란 기업을 제재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후 폴란드를 방문해 두다 대통령을 비롯한 동맹국 수장들을 만난다. 21일엔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주제로 연설할 예정이다.

같은 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수도 모스크바에서 연설한다. 정치 평론가 타티아나 스타노바야는 “푸틴은 서방에 대해 극도로 강경한 연설을 쏟아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설리/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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