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누리플렉스의 조송만 회장은 “사교 활동 기반의 글로벌 메타버스 서비스를 올해 본격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대우통신 엔지니어 출신으로 1992년 회사를 창업한 조 회장은 독자 기술의 지능형 전력 원격검침 인프라(AMI)를 국내에 처음 도입한 벤처 1세대 기업인이다. 2000년 코스닥 시장 상장 이후 국내 AMI 시장의 90%를 점유하는 등 스마트그리드(지능형전력망) 구축에 앞장섰다. 한편으론 사물인터넷(IoT), 나노소재, 헬스케어 등 7개 계열사로 사업 다각화를 펼친 ‘기업가 정신의 표본’이란 평가다.
누리플렉스는 올 상반기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 서비스 ‘누리토피아’를 출시, 국내외에서 1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누리토피아는 일, 취미, 건강, 사교 등 인류의 보편적 활동을 아바타를 통해 메타버스에서 현실과 동일하게 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의 플랫폼이다.
조 회장은 “그동안 플랫폼 사업자가 독점해온 정보와 이익을 사용자와 공유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이 발전하고 있다”며 “그 중심축인 메타버스에 누리플렉스가 도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누리토피아에 대해 “3차원 소프트웨어, IoT, 플랫폼 등 회사가 31년간 쌓아온 기술적 역량의 집약체”라고 강조했다. 통신 소프트웨어 회사로 출발한 누리플렉스는 캐쥬얼 역할게임(RPG) 게임 서비스 경험을 살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을 개발해 베타 서비스까지 진행할 정도로 업역을 초월해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도전했다. MMORPG 게임 개발을 주도했던 핵심 정보기술(IT) 전문가 5명을 비롯한 임직원이 이번 누리토피아 개발을 위해 다시 뭉쳤다.
누리토피아는 국경을 초월해 다양한 주재로 사교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오픈 사회관계망으로 기획됐다. 메타버스란 이름을 내건 업체는 많지만 정작 기술력의 한계로 대규모 이용자가 동시에 다양한 활동을 벌일 수 있는 플랫폼은 거의 없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리소스 소모가 큰 가상현실(VR) 기기를 사용하는 대신 기존 PC, 모바일 기기만으로 플랫폼에 참여 사용할 수 있는 것도 누리토피아의 장점이다.
누리플렉스의 다양한 신사업도 가상 공간에서 펼쳐진다. 전문의에게 직접 건강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이 좋은 예다. 누리플렉스는 지난해 의료 자문 서비스 업체 아셉틱과 합작법인 ‘주식회사 메디허브(메디허브)’를 설립하고 기업 대상 온라인 의료컨설팅 서비스 ‘닥터플렉스’를 선보였다. 메디허브가 보유한 국내 약 1000명의 전문의, 협력 병·의원 49개, 미국·호주의 해외 전문의 네트워크 등이 메타버스와 연결될 예정이다.
누리토피아는 메타버스 내 ‘헬스 컨설팅 존‘을 통해 비대면 의료자문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일부 의료 분야의 진료 및 처방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환자와 병원을 연결해주는 게 주요 기능이다. 이런 서비스는 향후 격오지 거주민의 의료 서비스 접근성을 확대하는 등 현실에서 겪는 물리적 제약을 허무는 데도 활용될 전망이다.
조 회장은 “기존 제도가 산업 발전 속도를 따라잡기 힘든 만큼 포지티브 규제보단 네거티브 규제로 나아가야 한다”며 “과도한 규제만 덜어줘도 새로운 벤처기업가들이 많이 나오고 그중에서 성공 사례도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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