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변협)와 법률 플랫폼 ‘로톡’의 갈등이 장기간 지속되며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가 결국 사업 중단 위기에 처했다. 최근 변협이 로톡을 쓰는 변호사를 징계하며 등록 변호사가 감소, 수익성에 타격이 오면서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조만간 변협의 변호사 징계가 공정거래법에 어긋난다며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20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로앤컴퍼니는 직원 50% 감원을 목표로 희망퇴직 접수에 나선다. 다음달 말까지 근무 후 2개월치 급여에 해당하는 위로금을 받는 조건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6월 입주한 신사옥을 다시 내놓고, 직원들을 재택근무로 전환하기로 했다. 직원 연봉은 동결됐으며, 경영진은 임금이 삭감됐다.
로톡은 2014년 출시된 변호사 정보 제공 플랫폼이다. 국내선 흔치 않은 법률기술(리걸테크) 분야 대표 주자로 꼽혀왔다. 하지만 2015년 서울지방변호사회를 시작으로 변협, 직역수호변호사단 등 변호사 단체들이 “로톡이 변호사법을 어겼다”며 검찰과 경찰에 고발을 시작했다. 2021년엔 “전자상거래법 및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을 진행하기도 했다. 기존 이권단체와의 갈등에 사업이 위기를 맞는 과정에서 로톡은 '제2의 타다'로 불리기도 했다. 변호사법 위반 등 고발 내용은 모두 무혐의와 불송치가 결정됐다.
장기간 갈등 속에 로톡은 변호사 회원 수를 유지하는 데 타격을 받았다. 로톡은 이용자에게 수수료를 받지 않는 대신 변호사가 로톡에 자신의 정보를 직접 입력하는 광고를 집행해 매출액을 낸다. 하지만 변협과의 다툼이 불거질 때마다 변호사 회원 수가 감소하고, 특히 지난 10월 변협이 가입 변호사 9명에게 최대 과태료 300만원의 징계 처분을 내리며 직격타를 맞았다. 플랫폼을 쓰는 변호사가 2000명 선으로 절반가량 떨어진 가운데, 경기가 어려워지며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현재까지 변호사단체와의 갈등으로 잃은 로톡의 매출 피해액은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선 정부의 대응도 신속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공정위는 2021년 변협의 로톡 공세에 대해 과징금과 시정명령이 있을 것이란 심사보고서를 송부했지만, 이후 그 수위를 결정하는 전원회의 기일 지정은 계속 연기돼 왔다. 최근 5년간 공정위 전원회의의 신고 사정 중 조치까지 1년 이상 소요된 사건은 0.6%에 불과하다.
로톡의 회생 여부는 법무부 소관으로도 옮겨간 상태다. 변협의 징계를 받은 변호사 9명이 법무부에 이의를 제기하면서다. 결과는 내달 초에 발표될 전망이다. 투자사들도 이를 주목하고 있다. 법무부 판단 결과에 따라 리걸테크 분야가 투자 기피 산업군으로 내몰릴 수 있어서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에서 제재 수위가 결정되면 법무부에서도 변호사들의 이의신청을 인용해 징계를 취소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결정에 시간이 소요된다면 골든타임을 놓친 로톡은 다시 살아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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