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만 보던 사람들이 이 먼 영천까지 우얀 일이고”
지난 19일 경북 영천 영천공설시장. 한 상인은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한 ‘천아용인’(천하람 당대표 후보와 허은아·김용태 최고위원 후보, 이기인 청년 최고위원 후보)을 만나자 후보 한 명 한 명의 손을 꽉잡으면서 "당연히 알지. 방송에서 많이 봤다. 응원한다"고 말했다. 한 당원은 “이런 시골도시에서 언제 이들을 볼 수 있겠냐”며 “5개월 된 아이를 장모님께 맡기고 한걸음에 달려왔다”고 했다.
당내 개혁성향의 ‘친이준석계’ 후보들로 꾸려진 ‘천아용인’은 전당대회 예비 경선에서 4명 모두 컷오프를 통과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날 네 후보는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동대구역을 시작으로 대구·경북 지역 여섯 곳을 돌며 당심 잡기에 나섰다.
이에 대해 천하람 후보는 ‘민심 안에 당심’이 있다며 민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천 후보는 “전통적인 방식인 거리 유세가 당내 선거에서는 전형적이지 않다”면서도 "당원들이 '당원 특별시' 같은 곳에 모여사시는 게 아니라 일반 국민들하고 같이 산다. 국민 여론이 결국 당원들의 판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8시30분 대구 동대구터미널에서 시민들을 만난 후 50분가량 시외버스를 타고 도착한 영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후보들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책임당원을 만났다. 책임당원 권종찬(27)씨는 “영천에 제사 지내러 왔는데 마침 천아용인 후보들이 온다고 해 1시간 정도 기다렸다”고 했다.
영천재래시장에서 만난 임은숙(61)씨는 “머리 좋은 사람을 응원한다. 유승민, 나경원 전 의원 등 좋은 후보들이 안 나와 절망하고 있었는데 천하람 후보 중심으로 젊은 보수세력이 결집해 힘을 실어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날 아버지 고향인 영천을 방문했다는 책임당원 김정엽(33)씨는 “유튜브 방송을 보고 후보들이 있는 영천시장으로 한걸음에 달려왔다”고 전했다. 그는 직접 준비한 젤리 등 간식거리를 후보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시장에서 41년간 정육점을 운영한 정길락(73) 씨는 “신진들을 응원해줘야 우리나라에 변화와 발전 있지 않냐”고 말했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선 최근 수면 위로 떠오른 ‘친윤’ 대 ‘비윤’ 경쟁 구도 등 당내 갈등을 불러일으키지 말아야 한다는 쓴소리도 있었다. 한 상인은 “윤석열 대통령을 도와드려야 한다”며 “일 잘하는 걸 연구해야지 싸우는 걸 연구하면 어떡하냐”고 지적했다.
경북에선 인구소멸 위기가 지역의 주요 현안이다. 이날 방문한 군위에서는 가장 번화가인 ‘화본역’에서마저 사람을 구경하기 어려웠다. 30분 동안 오고 가는 사람들은 20명 내외였다.
마지막 유세 장소인 문경 상황도 비슷했다. 경북 문경전통시장에는 가판대에 호두와 각종 곡물류를 진열해놓고 파는 상인 두 명 과 길너편 청과점 상인 셋뿐이었다. 천아용인 후보들은 "현장에 있는 단 한 두명의 시민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연세대 응원가 '사랑한다 연세'를 틀고 '사랑한다 문경'을 외치면서 응원 공연을 선보였다.
천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경북 지역 현장 유세를 진행하며 지방도시 인구 소멸이 상상 이상의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대구·경북 덕분에 국민의힘이 집권도 하고 있는데 선거철 때 빼고 평소에 대구·경북을 위해서 과연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는지 좀 죄송한 마음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대구·경북 지역의 미래를 위해 평소에도 수준 높은 토론을 하는 당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친윤 대 비윤' 대결 구도에 대해 허은아 후보는 “윤핵관과 경쟁 구도에 놓였다는 건 천아용인 인지도가 상승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천아용인으로 똘똘 뭉친 전략이 이번 예선 컷오프에서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젊은 패기로 스피커를 메고 거리를 누볐던 후보들은 20일부터 각자 인터뷰, 토론, 연설회 일정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당대표 선거에선 김기현 후보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천 후보는 “국민들께서 궁금해하시는 지점을 제대로 타격하겠다”며 철저한 검증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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