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 소금빵·크로플·뚱카롱…한국의 창의적 제빵에 놀라"

입력 2023-02-20 18:46   수정 2023-02-21 10:34


“오래전부터 제빵사로서 후배들을 가르치고 싶었습니다. 한국에선 피에르 선생님, 혹은 쏘서방으로 불리고 있어요.”

20일 서울 대방동에 있는 SPC그룹 요리학교 ‘SPC컬리너리 아카데미’에서 부부 제빵강사 피에르 쏘세스 씨(왼쪽)와 김윤정 씨(오른쪽)를 만났다. 이들은 SPC컬리너리 아카데미에서 제빵 경력이 있는 수강생을 대상으로 강의한다. 제과·제빵, 와인, 초콜릿 요리 등 SPC 계열사에서 판매되는 제품이 이곳에서 개발되기도 한다.
국적도 전문 분야도 달랐지만
프랑스와 한국으로 국적이 다른 두 사람을 엮어준 것은 제빵이다. 쏘세스 씨는 16세, 김씨는 19세 때 제빵 공부를 시작했다. 프랑스에서는 중학교 졸업 후 2주 동안 의무적으로 직업 실습을 해야 한다. 마침 그의 집 근처에 블랑제리(빵집)가 있었다.

김씨의 입문 경로는 달랐다. 그는 어려서부터 제빵에 대한 꿈을 키웠다. 고등학교 졸업 후 국내 대학에 입학하는 대신 제빵으로 유명한 프랑스 국립 제과제빵학교(INBP)에 들어갔다. 김씨는 “빵은 같은 레시피라고 하더라도 환경이 달라지면 전혀 다른 맛이 난다”며 “재료를 탐구하고 변수를 제어하는 능력을 키우는 과정이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2018년 미쉐린 스타 셰프인 티에리 막스가 운영하는 ‘티에리 막스 블랑제리’에서 만났다. 이들은 전문 분야도 달랐다. 쏘세스 씨가 크루아상처럼 결이 살아있는 비에누아즈리(버터, 달걀, 설탕 등을 주재료로 제조해 디저트와 같이 달콤한 빵)를 주로 만들었고 김씨는 바게트, 캄파뉴 등 식사용 빵이 주특기였다.

블랑제리 퇴사 후 ‘선배’ 쏘세스 씨가 ‘후배’ 김씨에게 먼저 연락해 교제를 시작했다. 쏘세스 씨는 “윤정씨가 유일한 여성 아시안 제빵사였기 때문에 자연스레 관심이 갔다”고 전했다.
‘기발한 제빵’ 가득한 한국
쏘세스 씨와 김씨는 2021년 2월 결혼 후 한국행을 결정했다. 쏘세스 씨의 버킷리스트에 ‘후학을 양성하고 싶다’는 항목이 있었다. 마침 SPC에서 “두 사람을 컬리너리 아카데미 강사로 초빙하고 싶다”고 연락해 왔다.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빵을 만드는지, 아내의 나라인 한국은 어떤 곳인지 궁금했습니다.”

그는 한국에 와서 ‘별세계’를 마주했다. 크림을 잔뜩 넣은 크림 소금빵, 크루아상 생지를 와플 틀에 넣어 만든 크로플, 필링을 가득 채워 한입에 넣기도 힘든 뚱카롱(뚱뚱한 마카롱) 등 한국식 디저트를 볼 때마다 사진을 찍어 부모님께 보냈다.

“관습적 제빵이 아니라 창의적 제빵을 볼 수 있는 게 한국살이의 매력”이라는 게 쏘세스 씨의 얘기다. 그는 “프랑스에서 빵은 식사의 일부이지만 한국에서는 디저트로 인식된다”며 “프랑스에선 크루아상 반죽으로 와플을 만들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부부의 꿈은 은퇴 후 자신들의 이름을 건 블랑제리를 만드는 것이다. 쏘세스 씨는 “한국인이 매일 쌀밥을 지어 먹듯이 프랑스에서는 단골 블랑제리에서 바게트나 크루아상을 매일 사 간다”며 “손님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블랑제리를 차리고 싶다”고 말했다.

글=한경제/사진=김범준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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