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정부가 방산·에너지·금융 등 러시아 핵심 산업에 대해 수출 통제를 포함한 새로운 제재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정부는 러시아 주요 인사에 대해서도 제재에 나설 예정이다.
한 소식통은 “이번 조치는 전쟁 1주년에 맞춰 아직 제재에 동참하지 않은 국가들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다”며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를 피하고 제3국으로부터 지원받는 것을 막는 데 방점이 찍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주엔 EU의 대러시아 제재 패키지도 의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 제재안에는 러시아에 무인기 등 군수품을 제공하는 이란 기업을 제재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희토류, 전자제품, 중장비 등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제품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를 내리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또 은행 등 금융회사는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서방은 러시아를 겨냥한 제재망을 촘촘히 짜는 한편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을 늘릴 방침이다. EU 회원국들은 이르면 다음달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탄약 공동 구매에 합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의 공세로 탄약 비축량이 바닥을 드러내 비상이 걸렸다. 이에 에스토니아가 “탄약 100만 발을 공동 구매하자”고 제안했고 현재 네덜란드, 루마니아 등이 이 방안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탄약 공동 구매에는 40억유로(약 5조5000억원)가량이 투입될 전망이다.
미국도 팔을 걷어붙였다. CNN은 “미 육군은 포탄 생산을 월 1만5000발에서 7만 발로 500% 늘릴 계획”이라면서 “록히드마틴 등 미 방산업체들이 생산 속도를 최대한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에선 우크라이나에 전투기 지원을 추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클 매콜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이길 수 있게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 싸움에 투입해야 한다”며 전투기 지원을 촉구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당·사우스캐롤라이나)도 “지난 17~19일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미국 의원들은 우크라이나에 F-16 전투기 훈련을 제공해야 한다는 데 거의 만장일치로 동의했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앞서 우크라이나에 전차를 지원한 미국은 확전을 우려하면서 전투기 제공에는 선을 그었다. 다만 전쟁 상황에 따라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열어뒀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주년을 맞아 21일부터 이틀간 우크라이나 접경국인 폴란드를 방문할 예정이다. 러시아에 맞서 동맹국 간의 결속을 다지고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개전 1주년을 전후해 러시아가 ‘대공세’를 펼 것이라는 우려가 기우에 불과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19일 러시아가 가용 전력 대부분을 최전방에 쏟아붓고 있어 공세 규모와 강도를 더 끌어올릴 여력이 없다고 분석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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