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춘천시에서 30년 넘게 양봉을 해온 김재환 씨는 지난해 꿀벌 196통(군)을 잃었다. 작년 봄 200통이 넘던 꿀벌 대부분이 1년도 안 돼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김씨는 “5월까지만 해도 아까시 꿀을 땄는데, 여름이 지나면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며 “믿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20일 춘천시에 따르면 시 양봉협회 소속 농가에서 키우는 꿀벌 5600군 중 3811군(68%)이 사라졌다. 군당 1만~1만5000마리의 꿀벌이 사는 것을 감안하면 꿀벌 3811만~5716만 마리가 실종된 셈이다. 협회에 소속되지 않은 농가까지 더하면 춘천에서만 1억5000만 마리 이상의 꿀벌이 사라졌을 것으로 추산된다.
‘꿀벌 실종 사태’는 지난해 초만 해도 남부 지방에서 주로 나타난 문제다. 하지만 지금은 피해 지역이 강원과 충청, 경기 등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꿀벌 78억 마리(전체 꿀벌의 17.8%)가 사라진 데 이어, 올해는 최소 100억 마리 이상이 추가로 자취를 감출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유엔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에 따르면 주요 작물의 85%가 꿀벌 감소로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다. 농작물 가격 상승은 물론 작물 멸종과 생태계 파괴까지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그러나 정부는 피해 규모조차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정철의 안동대 식물의학과 교수는 “국내 농업 생산에서 꿀벌 화분 매개의 경제적 기여 가치는 6조원 이상”이라며 “지역별 현황 등 국가 통계 작성과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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