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회계장부 제출 거부는 법치 부정"…노조에 '무관용 원칙' 꺼내

입력 2023-02-20 18:29   수정 2023-02-21 01:50


정부가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해 ‘무관용 원칙’을 꺼내 들었다. 노조의 회계자료 제출 거부를 ‘법치 부정’으로 규정하고 초강경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500만원 과태료 부과만으로는 양대 노총의 조직적인 거부 움직임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회계와 관련해 법령상 의무를 지키지 않은 노조는 노동단체지원사업에서 배제하고, 그간 지원된 지원금도 집중 조사해 부정 사실이 확인되면 전액 환수 조치하기로 했다. 조합원이 회계 관련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을 강화하는 등 전반적인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방안도 다음달 내놓을 계획이다.
조합비 세액공제 전면 재검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 대통령 업무보고 브리핑에서 “회계장부 비치·보존 결과를 제출하지 않은 207개 노조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를 추진 중인 정부는 지난 16일 ‘노조의 서류 비치·보존 의무 이행’을 점검한 결과 대상 노조의 36.7%만이 자료를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고용부는 조합원 1000명 이상 노조를 대상으로 노조법 14조에 따른 회계 관련 서류 비치 및 보존 의무 준수 여부를 스스로 점검·보완한 자율 점검 결과를 15일까지 행정관청에 보고하라고 통보했다. 집계 결과 327개 대상 노조 중 120곳(36.7%)만이 자료를 제출했다. 고용부는 “양대 노총에서 조직적으로 제출을 거부하라는 대응 지침을 전달한 탓”이라며 “노조들이 ‘깜깜이 회계’라는 불신을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고용부는 전체 및 일부 미제출 노조 207곳에 14일의 시정기간을 주고 응하지 않으면 다음달 15일께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할 계획이다. 이후에도 제출을 거부하거나 소명하지 않으면 현장 조사를 하고, 이마저도 거부·방해하면 추가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이 장관은 “회계 관련 법령상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노조는 노동단체지원사업에서 배제한다”며 “그간 지원된 전체 보조금을 조사해 부정행위가 적발되면 전액 환수하는 등 엄정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회계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노조에 대해서는 조합비에 적용되는 세액공제 혜택도 전면 재검토한다. 지난해까지 1000만원 이하 조합비에 적용되는 세액공제율은 20%였는데 올해부터 15%로 낮아졌다. 1000만원이 넘는 조합비에는 30%의 세액공제율이 적용되고 있다.

이 밖에 정부는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도 구축하기로 했다. 국제기준에 맞춰 조합원 회계 열람권도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까지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전에는 결산 결과에 대해서만 열람을 요구할 수 있었다. 회계감사 사유도 조합원 3분의 1 요구가 있으면 허용하는 내용으로 확대 개편하는 등 전반적인 법·제도 개선 방안을 3월 초까지 신속하게 마련하기로 했다.
500만원 과태료도 안 낸다는 노조
국민의힘도 양대 노총 비판에 나섰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지난 정권에서 노조를 많이 도와주는 바람에 탈법이 만성화돼서 치외법권 지역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번 기회에 회계 투명성을 철저히 따져야 하고, 지원의 당위성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정이 이같이 강공에 나선 것은 500만원 과태료 부과 정도로는 노조의 불투명한 회계 관행을 바꾸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양대 노총은 격렬하게 반발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성명문을 내고 “정부 지원금은 외부 회계감사 결과를 고용부에 제출하고 있다”며 “조합비 운영은 노조 내부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정부의 과태료 부과 시 취소 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률 대응을 추진하기로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노총 노조 61곳 중 60곳이 자율점검 결과서를 제출한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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