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 21일 15:0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약 19만명의 회원수를 보유한 국내 최대 배달 라이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배달앱 요기요로 들어온 주문을 수행하는 라이더들의 원성이 쏟아지고 있다. 올해 1월 1일부터 본격 도입된 새로운 배차 IT시스템 ‘로지요’ 때문이다. 시스템이 바뀐 후 동선이 꼬여 배달 효율이 떨어지고 수익이 줄었다는 라이더들의 글이 쌓이고 있다.
새 시스템 도입 이후 라이더가 서울 중림동의 한 가게에서 음식을 수령해 후암동에 있는 소비자에게 배달하는 길에 다시 중림동의 다른 가게의 음식을 받아가라는 식이다. 이런 '역방향 배차'가 다른 배달앱 대비 유독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효율적인 배차 탓에 배달이 늦어지면서 요기요에 입점한 점주와 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졌다.
요기요 IT 시스템 변경 배경엔 'M&A'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요기요를 운영하는 법인인 위대한상상은 지난해 말부터 기존 배차 시스템인 '로드러너' 대신 로지요를 전국에 도입했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배차 시스템인 로지요를 도입해 IT시스템을 고도화하기 위한 결정으로 알려졌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2021년 요기요를 인수한 GS리테일과 PEF운용사인 어피너티·퍼미라 컨소시엄이 기존 주인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와 체결한 계약 때문이다.DH는 요기요의 매각 이후에도 지난해 12월 31일까지 보유한 배차와 주문중개, 고객 관리 등을 전담하는 IT 서비스를 수수료를 받고 위대한상상에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사내 메신저와 회계 시스템 등 간단한 소프트웨어는 곧바로 자체 시스템으로 대체했지만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배차 시스템을 갖추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계약이 만료하면서 자체 IT 서비스인 로지요가 본격 도입된 것이다.
2012년 6월 국내에서 요기요를 런칭해 운영하던 DH는 2020년 국내 1위 사업자이던 배달의 민족을 4조8000억원에 전격 인수했다. 같은 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요기요의 매각을 조건으로 한 조건부 승인을 내렸고, DH는 요기요의 매각을 결정했다. 이후 GS리테일 컨소시엄이 8000억원에 위대한상상(당시 DH코리아) 지분 전량을 인수하고 2000억원을 신주 인수에 투입해 지금의 지배구조가 굳혀졌다.
요기요의 M&A가 한창이던 시기에도 IT 시스템을 어떻게 운영할 지는 인수 후보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였다. 당시 인수전에 뛰어들거나 검토해왔던 GS리테일 컨소시엄과 신세계그룹, MBK파트너스 및 베인캐피탈 등 PEF들이 모두 배달앱 운영과 관련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매각 측인 DH는 2012년부터 요기요를 운영하며 쌓인 누적 데이터에 더해 국내 1위인 배달의민족을 인수하며 배차 시스템이 한층 고도화됐지만 이를 잠재 경쟁사가 될 인수 측에 넘길 가능성은 전무했다. 가격과 무관하게 M&A 성사 여부가 불투명했던 원인으로도 꼽혔다.
당시 M&A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인수 후보들이 요기요 내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을 대상으로 프리젠테이션을 받을 때도 DH에서 독립한 후에도 배달의민족 수준의 독자적인 IT망을 구축할 수 있는 지 여부가 가장 중점적으로 논의됐다"며 "대체가 가능하더라도 '언제' 가능한지가 불확실해 몇몇 유력 후보들은 인수전에서 발을 뺐던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호황 착시였나
배달업계에선 IT시스템 중 핵심인 배차관련 기술이 경쟁사 수준까지 고도화하지 않으면 요기요의 경쟁력도 위협받을 수 있다고 유려하고 있다. 한 번에 한 집만 배달하는 '단건 배달' 경쟁을 펴는 쿠팡이츠와 '배민1'과 달리 요기요는 묶음 배달에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동선을 효율적으로 짜야 단건 배달 수준의 빠른 배달이 가능하다. 배달 동선의 효율성은 라이더의 수익과 직결되는 동시에 요기요를 이용하는 음식점주와 소비자의 만족도도 결정한다.문제는 로지요의 시스템 완성도가 아직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는 점이다. 비효율적인 배달 동선 탓에 라이더들의 음식 수령과 배달이 늦어지자 요기요에 입점한 점주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 경기 광명에 있는 한 떡볶이 전문점 점주는 "음식을 만든 지 30분이 지나도 요기요 라이더가 오지 않아 음식을 버리고 다시 만든 적도 많다"며 "라이더의 배달이 늦으면 소비자들은 가게에 낮은 별점을 주는 식으로 불만을 표출하기 때문에 피해가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가 수그러들면서 배달앱 시장이 전반적으로 촉소되는 가운데 1위 사업자인 배민과 후발주자인 요기요간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배민의 지난해 1월 사용자는 2073만명으로 전년 동기 86만명(4.2%)이 줄었다. 반면 요기요는 684만명으로 같은 기간 208만명이 줄어 23.3% 감소세를 보였다. 절반 가까운 46.8%의 이용자가 줄어든 3위 사업자 쿠팡이츠 대비론 타격이 적었지만 1위인 배민과의 격차가 커진 점은 요기요의 고민거리다.
IB업계 관계자는 "요기요가 반전을 보이지 못한다면 공정위의 결정이 결과적으로 배민 인수 부담을 대폭 줄이고 경쟁사를 고사하도록 DH를 도와준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익성 악화에 시너지 부재까지 '이중고'
요기요는 '체리피커의 앱'으로 통한다. 요기요는 이용자 수를 유지하기 위해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보다 적극적으로 할인 행사를 펼쳐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비자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이는 요기요의 수익성이 좋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위대한상상은 지난해 3분기까지 73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2021년 DH와 매각주관사인 모건스탠리는 요기요가 2020년 매출 3530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 470억원 흑자를 기록하며 배달앱 중 유일한 흑자인 점을 마케팅포인트로 삼은 바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일시적인 실적이었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현재 GS리테일 컨소시엄은 요기요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인 컴바인드딜리버리플랫폼인베스트먼트(이하 CDPI) 지분을 어피너티가 40%, GS리테일과 퍼미라가 각각 30% 씩 나눠 보유하고 있다. 추후 상장 등을 통해 투자금 회수를 고민해야하는 PEF가 대주주로 올라있어 수익성 개선을 둔 압박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요기요 인수가 마무리된 지 1년이 넘었지만 GS리테일 컨소시엄 입장에선 올해부터가 본격적인 홀로서기가 될 것"이라며 "GS리테일 인수 이후 주도적으로 내놓은 한 시간 내 장보기 서비스인 '요마트' 등이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인수측의 고민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요기요는 "M&A 과정에서 대내외적 변화가 있었지만 로지요를 비롯한 시스템 분야에선 문제점을 상당부분 해결한 상태"라며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나갈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차준호 / 박종관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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