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일하고 주말엔 양양 가는 서퍼들, 서울시민일까?" [강진규의 데이터너머]

입력 2023-02-21 14:30   수정 2023-02-21 14:41


강원 양양군은 서퍼들의 파라다이스로 불린다. 추운 겨울인 요즘도 삼삼오오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다. 주말마다 양양을 찾는 '서핑에 진심인 사람들'도 많다. 5일간 서울에서, 이틀간 양양에서 사는 사람은 서울시민일까, 양양군민일까.
○양양군 인구는 4만명?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통계에 따르면 양양군 인구는 1월말 기준 약 2만7811명이다. 행안부가 구분한 251개 지자체(시 지역내 구, 세종시 등 포함) 중 뒤에서 18위에 그친다. 주민등록 인구를 놓고 보면 양양군은 지역소멸을 걱정해야할 침체 지역으로 보기 쉽다.

하지만 서퍼 등 정기적으로 양양에 일정기간 거주하는 다수의 타지역 인구를 더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국토연구원이 내놓은 '인구감소시대, 체류인구를 활용한 지역유형별 대응전략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양양군은 이같은 체류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지자체였다.

체류인구는 정주인구와 방문인구의 중간 개념이다. 국토연구원은 '주소지를 이전하지 않고, 1박 이상 해당지역에 머무르며, 소비·생산·교육 등의 행위를 영위하는 인구'를 체류 인구라고 봤다.

국토연구원은 KT의 이동통신데이터와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결합해 이 기준에 부합하는 체류 인구를 분석했다. 양양군은 주민등록 인구의 47.6%에 해당하는 규모의 체류인구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인원은 1만3200명으로 추산된다.

이를 양양군 주민등록 인구와 합하면 양양 인구는 4만명을 넘는다. 강원 태백시(3만9286명)인구보다 많아진다. 양양의 체류인구는 다수가 서핑 관련 인구인 것으로 파악된다. 2017년 서울-양양 고속도로와 강릉선 KTX가 개통되면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현남면 일대에 서퍼들이 늘고 대여점 등 관련 상권이 형성됐다. 이들이 대부분 청년층인 것을 감안하면 양양군은 인구 2만명대의 소멸 위기 지역이 아니라 청년 비중이 높은 젊은 도시로 보는 것이 맞을 수 있다.

이같은 현상은 양양에서만 벌어지는 특수한 상황은 아니다. 정부 부처들이 대거 이전한 '공무원 도시' 세종시에도 이같은 거주형태가 흔하다. 서울에서 주말을 보내고 주중엔 세종시에서 일하는 식이다. 이들은 주민등록상 서울 시민이지만 사실상 세종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생산과 소비활동을 한다.

국토연구원은 양양군 외에도 제주 서귀포시, 강원 강릉시, 충북 단양군, 충남 공주시 등을 체류인구가 많은 지역으로 꼽았다. 제주 서귀포시는 6만9062명의 체류인구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인구의 38.0%다. 휴가지에서 일상적인 업무를 하는 '워케이션' 바람이 불면서 체류인구가 더욱 확산할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충북 단양군은 주민등록 인구는 3만에 미치지 못하지만 체류인구는 7056명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곡면에 있는 한드미마을에 2006년 설립된 농촌유학센터에 자녀를 보낸 부모 등이 일정기간 지역내에 머물면서 체류인구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소멸위기 지역의 새로운 기회
체류인구는 인구 감소로 지역소멸 위기에 몰린 지역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실제 인구로 등록되지 않더라도 지역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선 이와 유사한 개념의 '관계인구'가 있다. 일본 훗카이도 북쪽에 있는 오토이넷푸(音威子府)는 현재 인구가 680명에 불과하지만 촌립 오토이넷푸미술공예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전국에서 찾아오는 100여명의 학생들로 활기가 넘친다. '일본에서 사진이 가장 예쁘게 나오는 마을'로 유명한 또다른 시골마을 히가시카와는 공유오피스를 최근 지었다. 도시에서 '워케이션'을 위해 오는 사람들을 위해서다.

우리 정부도 올해부터 체류·관계인구에 해당하는 생활인구 개념을 제도화할 계획이다. 빈집, 유휴시설 등을 활용해 '한달 살기' 등 생활인구를 유치하는 방안도 내놓기로 했다.

이같은 계획이 지역 활성화로 이어지기 위해선 실제 정주여건을 개선하는 등 내실있는 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순히 일정금액을 주는 방식으로 생활인구를 유치하면 일회적 방문에 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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