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에 햄버거 패티 200개를 조리할 수 있는 능력자가 있다. 일정한 온도와 두께로 1분 만에 패티 양면을 구워낸다. 바로 인공지능(AI) 햄버거 패티 조리 로봇 '알파 그릴'이다. 비전 센서를 이용한 카메라로 패티의 모양, 굽기 정도를 확인할 수 있어 일관된 맛과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알파그릴은 햄버거 본고장이 미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
주방 로봇 알파그릴을 만든 에니아이가 300만달러(약 40억원) 규모 시드 투자유치에 성공했다고 21일 발표했다. 국내 대표 벤처캐피탈(VC) 캡스톤파트너스, 롯데벤처스 등이 투자자로 나섰다. 에니아이 회사 관계자는 "푸드테크 로봇 스타트업 가운데 최대 투자유치 금액"이라며 "미국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에니아이는 설립 초기부터 햄버거 본고장을 겨냥해 2021년 미국에 본사를 설립했다. 미국의 햄버거 시장은 150조원으로 추산된다. 회사는 이번 투자유치를 계기로 인재 채용에 나선다. 연구개발 인력은 한국에서, 세일즈와 마케팅 인력은 미국 현지에서 채용할 예정이다.
미국 외식업계를 대상으로 판로 개척에도 나선다. 이달 8일엔 한국무역협회가 미국 뉴욕시 브루클린 상공회의소와 협력해 진행한 '뉴욕 브루클린 테스트베드' 사업을 통해 '에비스 코너' 레스토랑에서 알파그릴을 실증하기도 했다. 오는 5월 시카고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외식 박람회(NRA 쇼)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창업 3년 차 에니아이는 국내 최초로 햄버거 패티를 굽는 AI 로봇 상용화에 성공한 스타트업이다. 국내 수제 버거 프랜차이즈 ‘크라이치즈버거’가 지난해부터 알파그릴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국내 최대 햄버거 프랜차이즈와 공동 연구 끝에 완전 자동으로 생산할 수 있는 로봇 키친 시스템 ‘알파키친'을 개발 완료했으며 상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에니아이는 로봇제어, 설계, AI 인지 기술 전문가들이 함께 설립한 회사다. 황건필 대표는 KAIST(한국과학기술원)에서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다. 스마트팩토리에 접목할 3차원(3D) 박쥐 초음파 센서를 연구하던 그는 인력난이 심각한 외식업에서 사업성을 발견하고, 로봇 키친 스타트업 에니아이를 2020년 창업했다.
황 대표는 "에니아이는 식당의 레시피를 그대로 재현하면서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AI 로봇 '알파그릴'을 통해 외식업계가 직면한 인력난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내 주요 햄버거 프랜차이즈들과의 비즈니스 경험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미국 시장 진출을 이뤄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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