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 건설현장에서 노조의 금품요구나 채용 강요, 공사방해, 폭력 등 불법행위를 지칭하며 ‘건폭(건설현장 폭력)’이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해 눈길을 끈다. 대통령실에서는 “고비 때마다 사안의 본질을 촌철살인으로 압축한 조어를 써 돌파한 윤 대통령의 ‘승부사 기질’이 발휘된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정부로부터 건설현장 폭력 현황과 실태를 보고 받고 “건설현장의 갈취, 폭력 등 조직적 불법행위에 대해 검찰, 경찰,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가 협력해 강력하게 단속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보고를 마친 뒤 “단속이 일시적으로 끝나선 안 될 것”이라며 “건폭이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엄정하게 단속해 건설현장에서의 법치를 확고히 세울 것”을 당부했다. 이날 국무회의 직후 열린 보고에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 등이 참석했다.
건설현장에서 노조의 불법행위를 놓고 건폭이라는 단어가 대통령실이나 정부 측에서 쓰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건폭은 대통령이 직접 만든 단어라고 보면 된다”며 “그만큼 대통령이 건설현장의 갈취, 폭력 등 조직적 불법행위를 ‘학폭(학교폭력)’이나 ‘조폭(조직폭력)’ 수준으로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생중계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아직도 건설 현장서 강성 기득권 노조가 금품요구나 채용 강요, 공사방해 등 불법행위를 공공연히 자행하고 있다”며 “초등학교 개교와 신규 아파트 입주 지연 등 그 피해는 국민에 전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폭력과 불법을 보고도 방치한다면 국가라고 할 수 없다”며 “불법행위를 집중 점검해 단속하고 불법행위가 드러난 경우엔 법에 따라 엄정히 조치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의 건폭 조어를 두고 “그다운 승부사 기질이 발휘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으로 재직 중이던 2021년 3월3일 대구고검을 방문해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해 “부패를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는 조어를 처음 써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당시 윤 대통령의 부패완판 조어를 두고 “검수완박을 강력 비판하며 사실상 대권 도전 의지를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었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이번에 건폭을 쓴 것 역시 건설노조의 불법행위를 바로잡아 민심을 확실히 가져오겠다는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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