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1일 의원총회를 열고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을 국회에서 부결시키기로 사실상 뜻을 모았다. 이 대표는 의총에서 “검찰이 없는 죄를 만들 줄은 몰랐다”며 10여 분간 혐의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영장 청구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법무부는 이날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李 “대선 패배 업보…마음의 빚 졌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총에서 검찰 수사와 관련해 “이재명의 대선 패배 업보”라며 “당 대표로서 의원들에게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성준 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표는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관련 입장을 130여 명의 의원 앞에서 소상히 설명했다.이 대표는 “대장동 관련 영장 내용을 보니 결국 이재명이 돈 받은 게 없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며 “몇 년 동안 검사 70여 명이 동원돼 수백 번 압수수색을 했음에도 이재명이 돈을 받았다는 내용이 없고 영장에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제기한 배임죄에 대해선 “개발이익 환수가 부족했다는 이유로 검찰에서 배임죄를 적용한다면 아예 환수를 안 한 부산 엘시티, 양평 공흥지구는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며 “검찰이 주장하는 70% 이익 환수는 황당하기 그지없다. 기준과 근거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반박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해서는 “성남시 행정 행위는 모두 적법하게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민주, ‘부결’에 뜻 모아
민주당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을 당론이 아니라 자율투표로 진행하기로 했다. 당론은 아니지만 의총에서 ‘부결’에 뜻을 모았다는 설명이다. 오는 27일 표결을 앞둔 체포동의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과반 참석에 과반 찬성이면 통과된다. 국민의힘(115석)과 정의당(6석),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체포동의안에 찬성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민주당에서 28명의 이탈표가 나오면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가결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도부에서 체포동의안 부결을 당론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박홍근 원내대표는 의총 뒤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와 체포동의안 제출이 매우 부당하다는 점을 의원들의 총의로 분명히 확인했다”며 “체포동의안 처리의 당론 채택 여부는 논의조차 할 필요가 없는 사안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비명(비이재명계)인 설훈 의원은 의총에서 이날 이 대표와 오찬을 함께한 사실을 전하며 “부결하고 나면 대표가 어떤 행동을 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설 의원은 “이번에는 모두가 이견 없이 확실히 부결시키자”고 했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더라도 기소와 재판이 진행되면 이 대표가 사퇴 압박에 직면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검찰이 쌍방울 대북 송금 관여 의혹,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등으로 추가 소환 조사와 영장 청구를 하면 여론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재판이 진행되면 매번 출석하면서 대표직을 이어가기 힘들지 않겠냐”며 “이 대표가 결단해야 하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설지연/원종환 기자 sjy@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