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저작권만 소중해" 루이비통의 내로남불

외부의 저작권 침해에 강력 대응하는 것으로 유명한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이 미국 현대미술 거장의 작품을 허락 없이 광고에 사용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21일(현지시간) "미 추상표현주의 화가 조앤 미첼의 작품을 관리하는 재단이 최근 루이비통 모기업 LVMH 본사에 저작권 침해행위 중지 요구 서한을 발송했다"고 보도했다. 서한에 따르면 재단이 '루이비통 핸드백 광고에 미첼의 작품을 사용하고 싶다'는 LVMH 측의 요청을 거듭 거절했는데도 불구하고, 회사 측은 재단의 허가 없이 최소 3점의 미첼 작품을 광고에 등장시켰다.

이어 재단은 3일 안에 미첼의 작품이 사용된 모든 광고를 중단하지 않을 경우 루이비통의 저작재산권 침해 행위에 대한 법적인 조치에 착수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재단 측은 성명을 통해 "지금껏 미첼의 작품은 교육적 목적으로만 이용하게 했다"고 밝혔다. 조앤 미첼 재단은 1992년 미첼이 사망한 뒤 그의 작품을 관리하는 비영리 단체다.

미첼의 작품을 광고에 사용하겠다는 아이디어는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이 처음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노 회장의 측근이 재단 측에 '아르노 회장이 미첼의 작품을 사용하고 싶어한다. 회장은 재단에 기부금을 낼 생각'이라는 취지로 접근했다는 설명이다. 재단 측이 이 같은 요청을 거부하자 LVMH는 허가 없이 미첼의 작품을 광고 사진의 배경 등에 사용했다.

루이비통은 위조 등 지식재산권 침해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브랜드 가운데 하나다. 루이비통이 지식재산권 침해에 관해 법적 조치를 취한 건수는 2017년 한해에만 전 세계에서 3만8000여건에 달했다.

미첼은 1925년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난 여성 화가다. 잭슨 폴락 등 추상표현주의를 대표하는 작가들과 함께 1951년 공동 전시회인 '나인스 스트리트 쇼'에 참가한 이후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