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사업의 가장 큰 벽으로 여겨지던 안전진단은 면제되거나 대폭 완화된다. 지방자치단체장의 판단에 따라 기준이 완화되고 사업 공공성이 확보되는 경우에는 아예 절차가 생략된다. 재건축사업을 추진하던 1기 신도시 단지 중 상당수가 안전진단에서 고배를 마셨는데, 이번 특별법에 따라 다시 재건축이 가능해지게 됐다.
용적률은 종 상향 수준으로 완화된다. 용도지역 자체를 여건에 따라 변경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1기 신도시 대부분이 1~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묶여있는데, 종 상향 수준으로 규제가 완화되면 최대 300%(3종 주거)인 용적률이 준주거지역(최대 500%) 수준으로 높아진다. 그뿐만 아니라 ‘입지규제 최소구역’으로 지정되고 통합 심의가 적용돼 사업 추진 속도 역시 크게 빨라질 전망이다.
재건축 단지 주민에게 부담이 됐던 각종 사업비 역시 정부와 지자체가 부담하게 된다. 당장 기본계획 수립에 들어가는 비용이 지원되고 보조 및 융자 규정이 새로 마련돼 사업비 부담을 낮출 전망이다. 재건축사업 부담금 감면 조항도 특별법에 추가된다.
한국부동산원의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전체 아파트 매매 가운데 30대 이하가 매수한 비중은 38.42%에 달했다. 2021년(29.5%)과 비교해 8.9포인트 급등한 수치다. 고양시 일산신도시 역시 지난해 아파트 매수 주체 중 30대 이하 비율은 42.46%로, 2021년보다 3.73%포인트 올라갔다. 안양시 평촌 역시 2030의 매수 비중이 2021년 50.97%에서 지난해 52.67%로 확대됐다.
2030의 매수 비중 확대는 재건축 기대 때문이란 게 현장의 반응이다. 일산 A공인 대표는 “최근 급매물을 중심으로 매수 문의를 하는 사람 대다수가 젊은 층”이라며 “재건축을 노리고 중소형 아파트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설명했다.
1기 신도시 중에서 재건축사업에 속도를 내는 단지는 최근 거래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고양시 일산서구 후곡마을 4단지는 지난 8일 전용면적 84㎡가 5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과 지난달 같은 주택형이 각각 5억2000만원과 5억6500만원에 거래되는 등 최근 매매가 이어지고 있다. 이 단지는 지난해 재건축 기대가 커지며 인근 단지와 통합재건축준비위원회를 구성해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특별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은 100만㎡ 이상 통합재건축 단지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며 “다른 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단지가 섞인 지역보다 통합 재건축 단지에서 매매가 더 활발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1기 신도시 지자체장들과의 간담회에서는 1기 신도시 재건축에 필요한 인프라 확보 보완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동환 고양시장은 간담회에서 “용적률 상향은 감사하지만, 주거환경 측면에서 인프라가 확보되지 않은 지역이 꽤 있다”며 “인프라 관련 기준을 세우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규모 정비사업에 따른 이주대책에도 우려가 이어졌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녹지나 보존 가치가 낮은 개발제한구역을 풀어 이주단지로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조용익 부천시장도 “부천 대장 등 3기 신도시의 임대주택 입주 기준을 완화해 1기 신도시 이주 대상자를 포함했으면 한다”고 했다.
시장에서도 재건축사업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당장 재건축 단지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매수 희망자를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높다는 인식이 여전해 갈 길이 먼 재건축을 당장의 호재로 인식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급매물을 중심으로 매매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며 “전반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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