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주력 산업의 경기가 악화하면서 제조업 체감 경기가 2년 7개월 만에 최악 수준으로 얼어붙었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이달 제조업 BSI는 전달보다 3포인트 하락한 63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7월(5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제조업 업황 BSI는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BSI는 현재 경영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바탕으로 산출된 통계로,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돈다.
세부 업종별로는 전자·영상·통신장비(-10포인트)와 기타 기계장비(-10포인트)의 업황이 부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도체 수요가 감소된 영향이다. 1차 금속(-5포인트)의 하락 폭도 컸다. 원자재 가격 상승, 건설·자동차·선박 등 전방산업 업황 둔화 등이 이유로 꼽혔다.
제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각각 4포인트, 1포인트 하락했다. 수출기업(-5포인트)의 체감 경기가 내수기업(-1포인트)보다 더 악화했다.
비제조업 업황 BSI(73)는 2포인트 상승했다. 비제조업 업황 BSI가 전달 대비 상승한 것은 지난해 8월(2포인트 상승) 이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실내마스크 해제에 따른 소비심리 개선 등으로 도·소매업(5포인트)의 상승 폭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여행 수요 증가로 인해 항공운송 매출액이 늘면서 운수창고업(+6포인트)도 업황이 개선됐다. 인력수요 증가에 힘입어 사업시설관리·임대서비스업(+4포인트)도 업황 BSI가 상승했다.
이에 따라 제조업과 비제조업을 종합한 모든 산업의 업황 BSI는 69로, 지난 1월과 같았다. 1·2월 업황 BSI(69)는 2020년 9월(64) 이후 2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3월 업황에 대한 전망 BSI 지수(71)는 한 달 새 3포인트 상승했다. 제조업(66)에서 1포인트, 비제조업(74)에서 4포인트 각각 올랐다.
채희준 한은 통계조사팀 과장은 "제조업 중 주력산업 품목인 반도체나 1차 금속은 전방산업인 가전제품, 자동차 수요의 영향을 받는데 아직은 수요가 확실히 살아난다는 움직임이 없어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에도 제조업과 비제조업 업황이) 상이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내다봤다.
이달 조사는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3255개 법인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이 가운데 2793개 기업(제조업 1649개·비제조업 1144개)이 설문에 답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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