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공부해 의대 합격한 남편, 아내에게 "재취업해라"

입력 2023-02-22 19:18   수정 2023-02-22 19:19


30대 중반 남편이 의대 합격 소식을 전했지만 3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전업주부 아내는 축하를 해 줄 수 없는 사연이 전파를 탔다.

지난 20일 JTBC '사건반장' 별별상담소에는 결혼 4년 차 30대 중반인 A씨 부부의 사연이 전해졌다. 사연에 따르면, 최근 A씨는 남편으로부터 "의대에 합격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어릴 때부터 의사를 꿈꿔온 남편은 현역 시절 성적이 좋지 않아 의대에 진학하지 못했다. 하지만 명문대 공대를 나와 대기업 연구원으로 높은 수준의 연봉을 받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남편은 아내가 출산을 하자마자 A씨 몰래 수능 공부를 시작했다. A씨는 "남편 꿈이 의사라고 말해왔지만 '못다 이룬 꿈이구나' 정도로만 생각하고 말았다"며 "수능 공부하는 줄은 몰랐다. 회사에서 시험 본다는 걸 알았는데, 승진에 필요한 시험이거나 프로젝트와 관련된 걸 공부하는 줄 알았다. 퇴근 후에도 남편이 독서실에서 공부하다 보니 어떤 공부를 하는지 전혀 몰랐다"고 밝혔다.

이후 부부는 결혼기념일을 맞았고, A씨는 '좀 이따 만나서 아주 기막힌 선물을 주겠다'는 남편의 말에 한껏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남편이 건넨 선물 상자에는 다름 아닌 '의대 합격증'이 있었다.

3년 간 공부한 결실을 맺은 남편은 "여보, 나 의대 합격했어"라며 기뻐했지만, A씨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이에 남편은 "여보, 왜 그래. 내 꿈이 의사인 거 알잖아. 나 이렇게 노력해서 의대 합격했는데 왜 축하 안 해주느냐"고 속상해했다는 것.

A씨는 "남편 뜻대로 의대에 들어가게 되면, 남편이 일을 그만두고 공부에만 매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지금 당장 아이한테 들어가는 돈만 해도 상당히 힘들다. 아이 낳기 전에는 나도 회사에 다녔지만, 이후에는 남편 혼자서도 벌이가 충분하다는 생각과 아이에게 집중해야 한다는 상의 끝에 회사를 그만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남편은 A씨의 퇴사 여부를 상의할 때도 이미 수능 공부를 하고 있었다고. A씨는 "몰래 공부할 거였으면 미리 말 좀 하고 같이 대책을 세웠어야 하는데, 그때는 아무 말도 안 하다가 이제 와서 이러니까 황당하다"고 털어놨다.

솔직하게 털어놓지 않은 이유에 대해 남편은 "대학도 삼수해서 들어갔는데, 가족들이 매년 기대했다가 실망하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 괴로웠다. 나도 그런 내 모습에 너무 실망했다"고 주장했다.

결혼 후 집을 사는 과정에서 이른바 '영끌족'이 되어 갚아야 할 이자가 상당한 두 부부는, 양가 어른들의 자금사정도 좋지 않아 용돈을 드리며 지내고 있다고.

남편은 "학비는 학자금 대출로, 생활비는 생활비 대출로 해결하겠다. 일 그만둬도 의대 합격증만 있으면 바로 대출 나온다"고 호언장담하면서도 "꿈꾸던 의대에 간 만큼 과외 아르바이트는 안 하고 싶고, 공부에만 집중하고 싶다"며 A씨에게 재취업을 요구했다.

A씨는 "친정, 시댁 부모님 모두 멀리 있는 상황이라 당장 아이 봐줄 사람도 없다. 직업 특성상 예전에 하던 일이 경력 단절되면 재취업이 어렵다"고 토로하며 난감한 상황을 전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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