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정치를 다루는 영화와 드라마는 다들 그렇다. 권력을 차지하려는 악당이 음모를 꾸미고 배신을 밥 먹듯 하다가 결국 파멸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관건은 그 과정을 얼마나 색다르고 세련되게 표현하느냐다.
다음달 1일 개봉하는 이원태 감독의 ‘대외비’(사진)는 신선함이 느껴지는 정치 영화로 평가하기엔 부족함이 있다. 러닝타임 115분 내내 ‘어디서 본 듯하다’는 기시감이 느껴진다.
작품의 줄거리는 만년 국회의원 후보 해웅(조진웅 분)이 이번에는 반드시 당선되겠노라며 부산의 ‘어둠 속 실세’ 순태(이성민 분)와 한판 싸우는 이야기다. 해웅은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반드시 뽑히게 돼 있었다. ‘기호 1번이면 무조건 당선’되는 부산 해운대에서 여당의 공천을 약속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공천 하루 전날 여당 후보가 바뀐다. 순태의 작업 때문이다. 해웅은 순태에게 복수하기 위해 ‘대외비’가 찍힌 해운대지구 개발 문서를 앞세워 조직폭력배와 손을 잡는다.
영화 ‘대외비’는 부동산 개발 비리라는 소재를 더했지만 여느 정치·범죄물과 다르다는 느낌을 주기엔 역부족이었다. 없는 건 없었다. 사회 권력층의 비리, 조폭·검찰·언론의 유착, 남성 배우들이 펼치는 폭력씬 등이 나온다. 15세 관람가라고 하기엔 수위 높은 장면도 있었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전개 방식과 소재는 진부했다. 권력의 속성이 무엇인지를 다루고 싶었다는 이 감독의 바람은 ‘권력을 얻으려면 영혼을 팔아야 한다’는 순태의 대사를 통해서만 드러날 뿐이다. 물론 코로나19 여파로 실제 제작과 개봉시점 사이에 3년의 간격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지난 2~3년간 우리 정치사에 영화보다 더욱 영화 같은 일이 좀 많았나. 기시감은 기존 영화가 아니라 현실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다만 조진웅, 이성민 등 주연 배우의 뛰어난 연기력과 긴장감을 더해주는 빠른 전개는 인상적이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