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이 작품 무단도용"…명품-아티스트 저작권 공방전

입력 2023-02-22 19:00   수정 2023-02-23 00:42

명품 패션 브랜드와 예술가의 ‘저작권 싸움’이 잇달아 벌어지고 있다. 명품 브랜드 광고에 자신의 작품을 무단으로 쓰지 말라는 예술가 측이 생기는가 하면, 우리의 명품 브랜드 상품을 도용해 예술작품을 만들지 말라는 회사도 나왔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추상화가 조앤 미첼(1925~1992)의 재단은 이날 루이비통 파리 본사에 ‘저작권 침해 행위를 중지하라’는 서한을 보냈다. 조앤미첼재단이 문제 삼은 건 루이비통의 ‘카퓌신 가방’ 광고(사진)다. 루이비통이 재단 허락 없이 미첼 작품 세 점을 광고 배경으로 썼다는 것이다. 심지어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회장이 재단에 기부금을 낼 테니 작품을 사용하게 해달라’는 루이비통의 요청을 재단이 여러 번 거절했는데도 광고를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재단 측은 서한에서 “루이비통이 예술가의 권리를 무시하고 영리 목적으로 작품을 부당하게 이용하는 것에 매우 실망했다”고 전했다. 재단은 루이비통이 사흘 안에 미첼의 작품이 사용된 광고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법적 조치에 들어갈 계획이다.

미첼은 현대 추상표현주의를 대표하는 작가 가운데 하나다. 1951년 잭슨 폴록 등 추상표현주의 거장들과 함께 공동 전시회를 연 뒤에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그의 대규모 작품은 경매에서 100만달러(약 13억원) 이상에 거래된다. 1992년 미첼이 세상을 떠난 후에는 조앤미첼재단이 그의 작품을 관리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와 예술가가 저작권을 둘러싸고 다투는 건 처음이 아니다. 이달 초에는 에르메스 브랜드의 상징인 버킨백을 활용해 대체불가능토큰(NFT)을 만든 미국 디지털 아티스트 메이슨 로스차일드의 소송 결과가 나와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은 ‘로스차일드가 버킨백의 상표권을 침해했다’는 에르메스의 주장을 받아들여, 로스차일드에게 13만3000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로스차일드는 버킨백 NFT가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맞섰지만, 재판부는 그의 작품이 예술작품보다는 상품에 가까워 표현의 자유를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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