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은 ‘배우의 예술’로 불린다. 영화, 드라마와 달리 편집이 불가능한 ‘100% 라이브’여서다. 그저 그런 스토리를 맛깔나게 살리는 것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밋밋하게 만드는 것도 모두 배우의 몫이다. 이처럼 연극에서 배우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지만, 연극배우의 삶은 예나 지금이나 팍팍하다. 그래서 연극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배우는 대개 목돈을 쥘 수 있는 TV나 영화로 넘어간다.
오랜 기간 지속되던 이런 트렌드에 변화가 생겼다. 드라마와 영화를 달군 주연급 배우들이 연극판에 새로 뛰어들거나 속속 복귀하고 있어서다. 대부분 당장의 돈보다는 긴 호흡으로 연기력을 끌어올리려는 이들이다. 스타 배우의 연극무대 입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한쪽에선 “연극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환영하지만, 다른 한쪽에선 “티켓값만 올린다”며 입을 쭉 내민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하도영 역으로 뜬 정성일도 비슷한 사례다. 하루아침에 모두가 알아보는 스타가 됐지만 그는 ‘고향’인 서울 대학로로 지난달 돌아왔다. 오는 4월까지 열리는 ‘뷰티풀 선데이’ 티켓을 끊으면 그를 만날 수 있다.
드라마 ‘오징어게임’ ‘수리남’ 등으로 글로벌 스타가 된 박해수는 다음달 31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연극 ‘파우스트’에서 악마 메피스토를 연기한다. 박해수는 전날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연극에 출연하지 않은 5년 동안 무대 생각이 간절했다”고 했다.
연극무대에 서 본 적이 없는 청춘스타도 잇따라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아역 출신 배우 김유정과 드라마 주연급 배우 정소민은 현재 공연 중인 ‘셰익스피어 인 러브’로 처음 연극 무대에 올랐다. 배우 진지희는 이달 초 폐막한 연극 ‘갈매기’로 데뷔해 호평을 받았다.
스타 배우 효과는 숫자로 나타난다. 이날 기준 인터파크 예매율 순위에서 연극 부문 1위는 ‘파우스트’(박해수 출연), 2위는 ‘셰익스피어 인 러브’(김유정·정소민 출연)다.
티켓 가격은 상당 폭 올랐다. 배우들이 드라마나 영화에 비해 연극 개런티를 낮게 부르지만 그래도 몸값이 다르다. 지난달 28일 개막한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VIP석 가격은 11만원으로 책정됐다. 국내 연극 티켓값이 10만원을 넘긴 건 이 작품이 처음이다.
‘파우스트’ 최고가는 9만9000원이다. 지난해 연극 ‘두 교황’ ‘햄릿’ 등 대극장 작품의 최고 가격은 9만원이었다. 1년 만에 약 22% 상승했다.
공연 관계자는 “배우 출연료뿐 아니라 각종 인건비와 자재비, 극장사용료 등이 전부 올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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