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장 화백의 후손 측은 2021년 10월 한국은행을 상대로 이순신 장군 표준영정(사진) 사용에 따른 저작권료를 달라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973~1993년 사용된 500원권과 1983년부터 현재까지 유통되고 있는 100원 동전에 사용된 이순신 장군 영정의 사용료를 지불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은 “1975년 화폐영정 제작 당시 적정 금액인 150만원을 지급했다”며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소송은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며 다음달 3일 세 번째 변론 기일이 예정돼 있다.
소송과는 별개로 정부는 100원 동전에 새겨진 이순신 장군 영정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영정을 그린 장 화백이 2009년 민족문제연구소가 편찬한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는 등 친일 행적 논란이 꾸준히 제기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장 화백은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가 주관한 관제 성격의 ‘조선미술전람회’와 ‘반도총후미술전’ 등에 출품했다.
장 화백의 친일 논란이 제기된 후 그가 그린 이순신 장군 그림을 표준영정에서 해제하는 논의는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앞서 문화재청이 제기한 두 번의 표준영정 지정해제 요구에 대해 “화가의 행적은 심의 규정에 없다”며 반려했다. 2020년부터 세 번째 표준영정 지정해제 심의가 진행 중이다. 이번에는 심의 규정에 ‘사회통념’을 추가해 장 화백의 그림이 표준영정에서 해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후손 측은 당시 미술가로서 화가가 되기 위한 길은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하는 것밖에 없었고, 친일인명사전이 정부 공식자료가 아니라 민간단체에서 만든 자료이기 때문에 ‘친일’이라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번 소송이 교과서 집필, 방송·전시 등 다방면에 사용되고 있는 이순신 장군 표준영정의 저작권 문제로 번질 우려가 있다”며 “논란이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는 이순신 장군 표준영정은 별도 지정해제와 재제작 절차를 밟아 우리 민족의 얼을 바로 세우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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