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내에서도 착시현상과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공무원은 법령에 근거해 일하는데 간혹 그 과정에서 같은 법령도 다르게 보는 경우가 있다. 어떤 공무원은 국민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적극적으로 해석하지만, 또 어떤 공무원은 규제 중심적으로 소극적인 해석을 하기도 한다. 최근에 만난 한 중소기업 대표는 신규사업 인허가 과정을 이야기하며 담당 공무원이 누구인지, 어떤 지방자치단체인지에 따라 사업 가능 여부가 달라진다고 하소연했다. 즉, 동일한 법체계 안에서 A기관에서는 해결되는 문제가 B기관에서는 해결되지 않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차이를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의 문제다. 공무원의 업무 태도와 자세가 특정 행정 행위의 결과를 좌우하고 더 나아가 조직의 성과, 정부의 생산성을 결정한다.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조직의 우열은 평범한 직원을 데리고 비범한 것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고 했다. 정부가 비범한 성과를 내기 위해선 뛰어난 인재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대다수 공무원의 일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국민 관점에서 창의적으로 일하는 적극 행정이다.
그간 인사혁신처는 ‘적극 행정 마일리지제’를 통한 즉각적 인센티브 등 적극 행정을 위한 여러 제도적 기반을 만들어왔다. 그 결과 다양한 모범사례가 나오고 있다. 사용하지 않는 신용카드 포인트를 모아서 현금으로 돌려받는 서비스, 재난·사고 희생자 신원을 조기 확인하기 위한 실종자 유전자(DNA) 신속 분석 체계, 장애인의 편리한 이동을 위한 교통복지카드 전국 호환 시스템 등이 국민이 직접 뽑은 우수 사례다.
작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63개국 중 27위였으며, 이 가운데 정부 효율성은 36위로 평가받았다. 국격에 맞는 국가 경쟁력을 위해 공직문화의 근본적 혁신이 필요한 때다. 물론 행태와 문화는 단시간 내에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공무원 모두가 국민의 어려움을 내 가족의 일처럼 생각해 적극적으로 일을 처리하고 창의적 해법을 제시하려고 노력한다면 적극 행정은 물론 정부 효율성 향상을 위한 큰 발걸음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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