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기호에 맞게 식음료를 '커스터마이징(개인 맞춤)'해 주문하는 식당이 늘어나고 있다. 이미 커스터마이징이 보편화된 카페 등 음료 매장을 넘어 밥과 재료 등을 선택해 주문하는 김밥 매장까지 등장했다.
23일 찾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풀리김밥'은 김밥을 총 260가지 조합으로 즐길 수 있어 '김밥계의 써브웨이'로 불린다. 소불고기·소시지·훈제오리 등 메인이 되는 재료 13가지, 아보카도·묵은지 등 토핑 5가지와 단무지·오이 등 야채 6가지를 선택할 수 있고, 밥도 백미·현미귀리·흑미 등 3종류로 다양하다. 컵라면, 떡볶이, 샐러드 등 사이드 메뉴와 세트 조합도 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문을 열어 아직 오픈 3개월차에 불과하지만, 6평 남짓한 아담한 가게에는 이미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손님들로 북적였다. 풀리김밥을 운영하는 이상민(32) 대표는 "하루에 최대 150줄의 김밥을 생산할 수 있는데, 매일 이 150줄이 모두 동난다"며 "오늘도 재료가 금방 떨어져 점심 장사를 일찍 마감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개인의 기호대로 재료를 선택해 '나만의'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식업체들은 샌드위치 브랜드 '써브웨이'를 시작으로 이미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써브웨이에서는 샌드위치 메뉴 17종에 6가지 빵, 8가지 채소, 3가지 치즈와 엑스트라 토핑 7가지, 소스 14가지를 자유롭게 조합할 수 있다. 써브웨이는 2014년 국내 100호점을 오픈한 지 8년여 만인 현재 534호점을 돌파하며 매장 수가 5배 규모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샐러드와 포케(하와이안 샐러드), 그리고 그릭요거트 등을 판매하는 커스터마이징 가게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샐러드 전문점 ‘샐러디’는 지점 수 300개를 돌파했고, 하와이안 샐러드 전문점 ‘포케올데이’는 창업 3년 만에 지점 수 90개(오픈 예정 포함)를 넘었다. 기존 샐러드 전문점에서와 달리 이들 가게에선 베이스, 메인 토핑, 부재료, 소스를 마음대로 골라 넣는다.
커스터마이징 식당은 특히 2030 젊은 층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나를 위한 소비'를 중시하는 '미코노미(자기 중심 소비)' 현상이 MZ세대를 중심으로 보편화된 영향이다. 실제로 써브웨이의 경우 전체 고객의 절반 이상이 2030 세대들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며 건강을 챙기는 헬시 플레져 문화가 확산한 만큼 내 입맛대로 건강한 식단을 구성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도 커스터마이징 열풍에 힘을 보탰다는 분석이다. 풀리김밥을 자주 이용한다는 직장인 최씨는 “직장 생활하면 앉아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살이 금방 찌고 건강도 안좋아지는 것 같다”며 “간편하면서도 내가 원하는 재료를 하나하나 고를 수 있어 커스터마이징 김밥집을 자주 찾게 된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건강을 중시하는 20·30세대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탄·단·지)등 영양성분에 민감한 만큼 내용물을 직접 고를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욕구가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해련/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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