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에 디자인을 입힌 컬러강판은 대리석, 나무 등 원하는 소재의 무늬와 질감을 구현할 수 있다. TV 냉장고 세탁기 등 고급 가전과 건축 내외장재에 주로 쓰인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인 비스포크와 오브제컬렉션에도 컬러강판이 사용된다. 코로나19 여파로 이른바 ‘홈코노미(재택경제)’가 확산하면서 가전제품 수요가 늘자 컬러강판 몸값도 치솟았다. 컬러강판은 일반 철강재 대비 t당 가격이 최대 두 배 이상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국내 컬러강판 시장은 2020년까지만 하더라도 동국제강이 독주하고 KG스틸(옛 동부제철)과 포스코스틸리온(옛 포스코강판)이 추격하는 ‘1강 2중’ 체제였다. 시장 점유율은 동국제강 35%, KG스틸 25%, 포스코스틸리온 20% 순이었다. 하지만 컬러강판 시장에 슈퍼호황이 찾아오면서 시장 판도가 급변했다.
작년 3분기 기준 동국제강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2%까지 떨어졌다. 반면 포스코스틸리온과 KG스틸이 각각 20% 후반대까지 점유율을 높였다. 업계 4위와 5위인 세아씨엠과 아주스틸도 점유율이 각각 10% 중반대까지 높아졌다. ‘1강 2중’ 체제에서 ‘3강 2중’ 체제로 바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컬러강판 시장의 치열한 경쟁으로 업체들의 공격적인 라인 증설이 뒤따랐다. KG스틸은 2021년부터 컬러강판 연간 생산능력을 30만t, 동국제강과 아주스틸은 10만t가량 늘렸다. 세아씨엠도 연간 생산능력을 8만t 늘렸다. 국내 컬러강판 생산능력은 2020년 234만t에서 작년 말 300만t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잇단 물량 확충에도 가전 특수로 컬러강판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면서 컬러강판 가격도 20% 이상 상승했다.
포스코스틸리온의 작년 영업이익은 382억원으로, 전년(1433억원) 대비 73.3% 줄었다. KG스틸은 같은 기간 2969억원에서 3404억원으로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하지만 하반기 기준으로는 1568억원에서 1215억원으로, 22.5% 감소했다.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서 컬러강판 업체들은 작년 하반기부터 잇따라 라인 가동률을 끌어내리고 있다. 슈퍼호황이 찾아왔던 2020년부터 작년 초까지 컬러강판 라인 가동률은 100%에 달했다. 동국제강은 작년 하반기부터 부산공장에서 운영하는 컬러강판 라인 가동률을 10% 이상 끌어내렸다. 포스코스틸리온과 KG스틸도 가동률은 10% 이상 끌어내린 것으로 추정된다.
컬러강판 기업들은 시장 상황 악화에도 올 들어 일제히 컬러강판 가격을 t당 최대 10만원씩 올렸다. 컬러강판 기초 철강재인 열연코일 가격이 상승했다는 점을 상승 근거로 제시했다. 컬러강판 가격은 경기침체가 본격적으로 찾아온 지난해 하반기부터 내림세였다.
문제는 수요가 뒤따르지 않는 상황에서 가격을 올렸다가 시장이 더욱 침체되는 악순환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시장이 ‘3강 2중’ 체제로 뒤바뀐 상황에서 언제든지 가격 출혈경쟁이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철강사들은 프리미엄 제품과 수출 확대로 사업모델을 바꿔 수익성을 지키겠다는 전략이다. 한때 국내 컬러강판 절대강자로 군림했던 동국제강은 프리미엄 컬러강판 브랜드인 ‘럭스틸’(사진)을 앞세워 거래처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포스코스틸리온도 프리미엄 컬러강판 시장을 겨냥해 2021년 통합 브랜드 ‘인피넬리’를 내놨다.
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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