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이 지난 옷은 영 손이 가지 않는다.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옷이 금방 버려지는 이유지만 유니클로는 조금 다르게 접근했다. 구매한 매장으로 철지난 옷을 가져오면 리폼을 해준다. 유행도 유행이지만 이처럼 '오래 입을 수 있는 옷'도 소비자가 옷을 선택하는 기준이 될 것이란 생각에서다.
지난 22일 유니클로 일본 본사 패스트리테일링 그룹의 서스테이너빌리티(지속가능성) 커뮤니케이션 디렉터인 셸바 에이코를 만났다. 그는 유니클로 내 사회공헌사업 전문가다.
트렌드에 따라 상품을 짧은 주기로 순환시키는 SPA 브랜드는 사실 '빨리 버릴 수 있는 옷'을 만들어야 이익을 좀 더 낸다. 하지만 유니클로는 20여년 전에 이미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부서를 만들었다. 셸바 에이코 디렉터는 2001년 신설된 유니클로 서스테이너빌리티 부서의 초기 멤버다.
폐의류를 매립·소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은 기후온난화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의류 폐기물은 사용 주기가 짧아 버려지는 양이 어마어마하다. 미국 환경보호국에 따르면 폐직물은 매년 1500만t 이상이며 전체 매립 폐기물의 7.6%을 차지한다. ESG 경영에 나선 전 세계 기업들이 탄소 배출 제로를 선언하고 있는 가운데 유니클로도 동참했다.
셸바 디렉터는 "유니클로는 2030년까지 자사 탄소 배출 90% 감소, 공장 등 거래처는 20% 줄이기가 목표"라며 "거래처와 지속적으로 협의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에 대한 소비자들 인식 변화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니클로는 지속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지속가능한 소비에 대해 알리고 있다"며 "미국에선 유니클로 매장에 우리 브랜드 헌 옷을 가져오면 리폼해주는 옷 수선 서비스 '리유니클로 스튜디오'를 실시했다. 구매자들이 한 번 산 옷을 여러 가지 형태로 즐길 수 있다며 좋은 반응을 보였다"고 귀띔했다.
일본에서도 비슷한 캠페인을 진행했다. 셸바 디렉터는 "3년 전 전국 매장에서 유니클로 다운 제품을 수거해 재활용했다"며 "솜털과 깃털을 분리하고 세정 과정을 거쳐 다운 제품으로 재활용했다"고 말했다. 당시 유니클로는 일본 섬유업체 도레이와의 공동개발로 소재 추출 작업 효율성을 높였다. 수거된 옷은 도레이 공장으로 운송돼 세척 과정을 거친다. 재사용 불가능한 옷은 따로 분리해 각지로 보낸다. 이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연료나 방음재로 활용하도록 했다.
유니클로는 제조부터 판매 전 과정에 걸쳐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옷을 담는 쇼핑백은 2019년부터 유료화했고, 일회용 포장지를 친환경 소재로 바꾸는 등 폐기물을 최대한 없애고 있다. 셸바 디렉터는 "매장이나 주요 사무실 전력을 2030년까지 100% 재생가능한 에너지로 바꾸고 원재료의 50%를 재활용 소재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매우 적은 소재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했다.
느린 학습 아동이란 지능검사(IQ) 결과가 평균(100점)보다 조금 낮은 71~84점 사이를 가리킨다. IQ가 70점 이하면 지적장애, 85점 이상이면 평균 범주에 속한다. 느린 학습 아동들은 낮은 인지능력으로 인해 학업능력과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지만, 법적으로 장애에 해당하진 않아 적절한 교육과 돌봄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다. 유니클로는 이 아동들에게 기초학습능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1대 1 멘토링 학습을 지원하고 대인관계 및 사회성을 형성할 수 있는 그룹 활동 프로그램을 전개할 예정이다.
셸바 디렉터는 "'모든 사람이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유니클로의 'MADE FOR ALL(모든 사람을 위한)' 철학"이라고 소개했다. 한국에서도 꾸준히 사회공헌활동을 기획해왔다면서 "앞으로도 소외된 사람들이 없도록 한국에서 사회공헌활동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한국에서 예정된 사회공헌 사업은 장애인의류 리폼 지원 캠페인, 우리아이 행복한 밥상 캠페인, 부산 지역 보육원 아동 쇼핑 이벤트, 해양 환경 정화 활동 등이 있다.
사회공헌사업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쉽지 않지만 유니클로는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2025년까지 100억엔(약 95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활동을 펼칠 방침. 의류 1000만벌을 난민이나 사회적 취약층을 위해 내놓을 계획이다.
셸바 디렉터는 "사회공헌활동에는 인내가 필요하다"면서 "헌 옷을 재활용하는 '리유니클로 스튜디오'도 사실상 수익이 없었다. 수익을 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모순점이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꼭 필요한 단계"라고 힘줘 말했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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