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기만 한 게 아니다. 강력한 메시지도 담고 있다. 쥐꼬리만 한 지분을 가진 대주주의 무책임·불투명·무배당 경영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소액주주의 집단 경고다.
SM엔터 주가는 오르고 주주는 열광한다. 한국에도 미국식 주주자본주의가 시작됐다는 기대가 솟구친다. 그러나 SM엔터 분쟁을 들여다보면 치명적인 모순이 있다. 경영권을 가르는 주주총회가 ‘가짜 주주’들의 잔치라는 점이다. 주주 의결권이 왜곡된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기현상이다.
이사회의 배신은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현 경영진은 플랫폼기업인 카카오를 끌어들이고, 이수만은 경쟁자인 하이브와 손잡았다. SM엔터는 K팝 선구자다. 28년 동안 쌓아온 음악에 대한 막대한 마스터권리(인접권)를 갖고 있다. 애타게 경영권을 원하는 하이브와 카카오 모두 공개매수 전쟁을 벌이는 이유다.
이사회 반란 때부터 주가는 급등하고 거래는 급증했다. 올해 주주 손바뀜이 대거 일어났다는 얘기다. 불편한 진실은 ‘이수만 없는 SM엔터’에 베팅한 주주들에겐 SM엔터 경영진을 선택할 권리가 없다는 점이다. 하이브, 카카오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선 작년 말 주주들이 3월 정기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에선 기업이 각자 주총 일정에 맞춰 의결권 기준일을 정한다. 주총 직전 주주에게 의결권을 부여하기 위해서다. 진짜 주주들이 경영진을 구성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행동주의가 정착된 미국에서 SM엔터 분쟁은 구조적으로 일어날 수 없다는 얘기다. 합리적 배당 투자를 늘리기 위해 배당 기준일을 바꾸듯이, 주주자본주의를 위해선 ‘의결권 미스매치 문제’도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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