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 시장이 날 도와주기 위해 했다는 거야?”
울산 임야와 관련된 의혹을 반박하기 위해 23일 갑자기 열린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의 국회 기자회견. 기자들을 상대로 프레젠테이션까지 동원해 설명하던 김 후보의 목소리가 격앙되기 시작했다.
‘땅 가치를 높이기 위해 권력을 이용해 도로 계획을 변경한 게 아니냐’는 더불어민주당의 의혹 제기에 “민주당 소속인 송철호 울산시장 재임 시절에 결정된 것”이라고 반박하는 대목에선 높임말이 반말로 바뀌기도 했다.
이미 지난주부터 김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40%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안 후보 등 2위권 주자와의 격차는 20%포인트 안팎에 이른다. 이렇다 보니 당내에서는 결선투표 없이 다음달 8일 전당대회에서 바로 당 대표에 선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친윤계 핵심 의원은 “김 후보에 대한 당원들의 쏠림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며 “1차 투표에서 승부가 완전히 판가름 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김 후보의 독주에는 당권 레이스 직전 이뤄진 나경원 전 의원과의 연대 효과라는 분석도 있다. TV 토론에서 상대적으로 선전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 안 후보 지지율이 천 후보에게 잠식당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전날 민주당이 ‘김기현 땅투기 의혹 조사단’ 구성을 예고했다”며 “이미 대선 국면에서 탈탈 털어놓고 지금 와서 다시 무책임한 의혹 제기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1800배 시세차익은 6차선 도로에 접한 인근 아파트 부지 가격을 근거로 한 것이고, 산 중턱 임야인 본인의 땅값과는 차이가 크다고 했다. 특혜 의혹이 나온 신설 도로는 임야 밑을 지하터널로 통과해 오히려 땅값에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후보의 이날 기자회견이 민주당과 각을 세워 전당대회 이후 당을 결집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후보는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는 김기현이 국민의힘 대표가 되는 게 가장 두렵다”며 “허위 사실을 계속 유포하거나 터무니없는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으면 부득이 법적 조치를 강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노경목/오유림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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