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스엠'의 주가는 올 들어서 지난 23일까지 64.67%나 상승했습니다. 에스엠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와 현 경영진 간의 경영권 다툼으로 연일 증시의 화젯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현 경영진은 카카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과 손을 맞잡았고, 이에 맞서 이 전 총괄 프로듀서는 하이브와 연합했습니다. 하이브의 공개매수가 시작된 뒤로 급등세를 보인 에스엠 주가는 이달 16일 장중 13만3600원까지 치솟아 상장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는데요. 이후 현재까지 차익 매물, 하이브 공개매수가 유지, 에스엠의 자사주 매입 등 다양한 재료에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상황입니다.
강성부 펀드인 KCGI가 지분을 사들이며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던 '오스템임플란트'의 주가도 올 들어 30%나 상승했습니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연초부터 주주행동의 집중 타깃으로 삼았던 은행주들도 많이 올랐습니다. 신한지주, KB금융, 하나금융지주, 카카오뱅크 등 은행주들을 담은 상장지수펀드(ETF) 'KODEX 은행'과 'TIGER 은행'은 올 들어 지난 23일까지 8% 넘는 수익을 올렸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권 성과급 지급은 돈잔치", "금융분야는 공공재 성격" 등의 발언을 하기 전인 이달 13일까지의 수익률을 보면 15%에 육박합니다.
반면 주가가 악영향을 받는 사례들도 있는데요. 안다자산운용과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가 주주행동을 펼친 KT&G는 올 들어 1.33%의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KCG인삼공사 분리 상장, 사외이사 확충 요구 등 기관들의 요구에 선을 그었다는 소식에 약세를 거듭한 것인데요. 지난 24일엔 FCP 관련 회사로 파악되는 아그네스, 판도라셀렉트파트너스, 화이트박스멀티스트레티지파트너스 등 사모펀드들이 의안 상정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는 등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모든 일이 2개월도 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일어났습니다. 주주행동주의는 기관투자자가 주주로서 표면적으로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기업가치 제고'를, 나아가선 자신들의 '투자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략을 일컫습니다. 대표적으로 특별배당이나 고배당, 자사주 매입, 특정 자산이나 영업부문 매각 등을 요구하죠. 기관의 속내가 어떻든 주주들로선 기업으로부터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에 좋을 일입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큰 변화는 우려를 낳기 마련입니다. 아무리 장기적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앵커(Anchor) 투자자들도 많다지만, 행동주의 펀드들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우후죽순으로 나타나 증시를 흔들어 놓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들 기관의 의도와 영향력 범위를 경계하는 시선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단기 차익을 위해 기업의 장기 경쟁력을 억누르며,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바라는 일반 주주들의 이익과 대치될 수 있다는 식의 지적입니다.
행동주의 펀드들을 향한 원론적인 지적들인데요. 최근 3년간 나온 논문들 가운데 이런 유의 결론을 낸 자료들을 소환해 봤습니다. 행동주의 펀드들은 수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단기 고수익만을 노리는 '먹튀' 이미지가 강했던 터라, 그 불순한 영향력을 경계하는 과거 연구자료들이 많았습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2019년 공개된 논문 '주주행동주의에 대한 대응 방안'에서 "행동주의 펀드들의 단기실적주의는 세계 공통적인 현상"이라며 "단기간의 투하자본 회수를 원하는 이들 공격을 기업들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늘리되 공장 등 시설 투자와 연구개발 투자를 줄이고 고용마저 줄인다. 여기서 발생한 단기적인 주가 상승은 결국 회사의 장기 성장성과 가치 창출력을 희생한 대가로 얻어진 것이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은 '비윤리적이고 법적으로 문제가 많은 기업을 타깃으로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거짓일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업계에서 배당성향이 낮고 현금보유비중이 높은 기업을 노린다고 봐야 한다"며 "헤지펀드들은 지금까지 우량한 기업들을 대상으로만 작전을 펼쳐왔다"고 했습니다.
장우영 국제변호사는 2019년 발표한 논문 '주주로서 기관투자자의 경영관여에 대한 비판적 고찰'에서 "적극적으로 경영관여에 나서는 주주가 다른 주주와의 관계에서 대표성을 가진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주주로서의 권리행사라는 이유만으로 이를 정당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기관투자자들의 내부적 동기부여와 과도한 영향력 행사를 제어할 방안 마련이 함께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한국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이제 막 조명받기 시작했는데, 벌써부터 우려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이르다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행동주의 펀드들에게 단기수익을 노린다고 지적하는 것은, 이들에 대해 지나치게 족쇄를 채우는 게 아닌가 한다. 대기업의 오너들과 행동주의 펀드들에 대해 시장이 바라보는 잣대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 정도"라며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에 큰 목소리가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초반부터 너무 견제 태세를 갖추는 건 결국 자본시장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권흥진 금융연구원 박사는 투자자들에게 "주주행동주의 이슈를 계기로 신규 매수에 나서는 투자자들의 경우, 보다 신중하게 결정했으면 한다"며 "투자하는 기업에 본질을 해지는 요인이 있는지 스스로 분석해 보고, 행동주의 펀드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어떤 효과가 있을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주식농부'를 자처하는 큰 손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는 "소액주주들도 단기투자 목적이라고 해서 회사 지배구조나 장기 발전계획에 관심을 들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행동주의 펀드들이 제시하는 요구안이 어떤 내용들인지 스스로 따져보는 등 보다 건강한 투자행태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확대, 상장사 시가평가제도 개선 등 규제적인 부분들도 뒷받침돼야 자본시장이 선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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