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미권에서 오버싱킹을 주제로 한 책이 많이 출간되고 있는 이유는 그만큼 오버싱킹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그로 인해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사람이 증가하면서 오버싱킹은 하나의 사회적 병폐로 인식되고 있다.
영국 선데이타임스가 ‘가장 재미있는 틱톡 코미디언(Tiktok’s Funniest Comedian)’으로 선정한 헤일리 모리스의 책 <나와 뇌의 한판 대결 (Me vs Brain)>이 젊은 독자들 사이에 ‘배꼽 잡는 책’이란 입소문이 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오버싱커를 위한 인생 가이드’라는 부제가 적힌 책은 다양한 상황극을 통해 오버싱킹에 의해 압도당하며 좌충우돌하는 우리의 모습을 아주 현실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책의 각 장이 마치 한 편의 짧은 코미디를 보는 것처럼 재미있게 쓰여졌다.
뇌: 앗! 오븐을 켜놓은 것 같아!
나: 아니야. 그런 말 하지 마. 나는 그런
거 신경 쓸 시간이 없어!
뇌: 집에 불이 나면 어떡하려고!
나: 그만하라고. 나는 지금 책을
소개하는 글을 써야 한다고.
뇌: 하지만 정말 불이 타오르면…….
나: 오늘 오븐을 사용한 적도 없거든!
뇌: 그런데 만약에….
나: 아니! 우리 정말 그만하자. 나는 이 일부터 끝내야 하거든.
누구나 이런 비슷한 걱정에 사로잡혀 본 적이 있지 않을까. 우리 머릿속에서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자아가 마치 천사와 악마 사이처럼 서로 갈등하고 충돌한다. 저자는 자신이 직접 겪었던 그런 상황들을 소개하면서 오버싱킹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사람들에게 “당신이 이상한 게 아니라 지극히 정상입니다”라고 위로한다. 뇌뿐 아니라 심장, 귀, 항문 등 우리 몸의 여러 신체 부위가 카메오로 출연해 늘 이런저런 걱정에 사로잡히는 우리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오버싱킹은 지극히 정상이지만 거기에 너무 사로잡혀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재치 있고 쿨하게 생각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알려준다. “정상이 아닌 줄 알았는데 정상인 줄 알게 됐다” “오버싱킹하지 말고 무조건 사서 읽자” “지친 영혼을 달래주는 가벼운 독서” 독자들이 남긴 댓글만 봐도 도대체 어떻게 쓰여졌는지 그 내용이 너무 궁금해진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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