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대 생명과학연구동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김빛내리 기초과학연구원(IBS) RNA연구단장(서울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 겸직·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두 건의 연구 성과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IBS·서울대 공동연구팀은 마이크로RNA 생성 원리를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또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22년 전 처음 존재가 알려진 뒤 베일에 싸여 있던 ‘다이서 단백질’의 핵심 작동 원리 및 3차원 구조도 밝혔다.
RNA는 유전자 본체(DNA)가 갖고 있는 유전정보에 따라 단백질을 합성하는 물질이다. RNA 가운데는 설계도 역할을 하는 메신저RNA(mRNA)와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제어하는 마이크로RNA가 있다. 인간의 몸에는 수백 종의 마이크로RNA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신저RNA는 암이나 치매 등 노화, 질병에 관여하는 유전정보도 포함하고 있다. 마이크로RNA는 이런 메신저RNA와 결합해 분해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른바 ‘RNA 간섭’이라는 효과다. 이 과정을 통하면 암 등 특정 질병의 발현을 선택적으로 막을 수 있다. 유전자 치료제의 기본 원리다.
이번 연구는 마이크로RNA의 생성 과정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연구팀은 먼저 네 가지 염기 물질인 구아닌(G) 우라실(U) 사이토신(C) 아데닌(A)을 무작위로 합성해 마이크로RNA의 바탕이 되는 물질인 ‘전구체’를 104만 종 넘게 합성했다.
전구체는 다이서라는 단백질에 의해 잘려 마이크로RNA가 된다. 연구팀은 100만 종이 넘는 전구체를 자르고 조사하는 연구인 대규모 병렬 분석법을 수행했다. 어떤 전구체가 잘 잘렸는지 비교하는 과정을 통해 다이서 단백질이 전구체를 자르는 위치를 잡고 확인하는 데 필요한 염기 서열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구성된 염기 물질의 빈도를 반영해 이를 ‘GYM’ 서열이라고 이름 지었다.
또 김 단장은 노성훈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작은 사진)와 함께 초저온전자현미경을 활용해 다이서 단백질과 마이크로RNA 전구체의 3차원 구조를 높은 해상도로 관찰하는 데도 성공했다. 초저온전자현미경을 통해서 보면 손도끼 모양으로 생긴 다이서 단백질이 마이크로RNA 전구체와 건전지를 끼우듯 결합하며 잘리는 과정이 보인다.
연구 과정에서 일부 암 환자의 경우 다이서 단백질의 특정 부분에 돌연변이가 발생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이 돌연변이로 인해 마이크로RNA를 제대로 생성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단장은 “마이크로RNA 생성 과정을 이해하면 암 등의 발병 원인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앞으로 유전자 치료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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