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의 '폴스타2'를 타봤다. 폴스타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폴스타2 구매자들은 구매이유 1위로 디자인을 꼽았다. 최고경영자(CEO)가 디자이너 출신이라는 점을 어필하듯 '미니멀리즘'의 끝을 보여줬다.
스웨덴 볼보와 중국 지리차가 합작해 2017년 만든 폴스타는 지난해 국내에서 폴스타2를 2794대 판매했다. 국내 수입 전기차 단일 모델로는 최다 판매고(한국수입자동차협회 기준)를 올렸다. 폴스타는 진출 첫 해 연간 2000대 이상 판매한 유일한 회사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시승은 지난 13일 서울 도심 일대와 경기 파주 등 약 240km를 진행했다. 자유로와 수도권순환고속도로, 일반도로 등을 오가며 전기차의 가속감을 다양하게 느껴볼 수 있었다.
시승 차량은 폴스타2 롱레인지 싱글모터 모델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긴급제동 지원시스템 등이 들어간 '파일럿 라이트 패키지'와 스티어링 휠, 뒷좌석 열선 등이 적용된 '플러스 패키지'가 추가된 모델이다.
국내에 출시된 폴스타 2는 롱레인지 '싱글모터' 모델과 '듀얼모터' 모델 2종이다. 폴스타2에는 LG에너지솔루션의 78kWh 리튬-이온 배터리가 탑재됐다. 싱글모터는 231마력(170kW)에 토크는 330Nm의 성능을 발휘한다.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 거리는 417km이다.
듀얼모터는 408마력(300kW)에 토크는 660Nm이다.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는 334km으로 싱글모터의 주행거리가 83km 더 길다. 충전은 150kW 급속충전기 기준 10%에서 80%까지 30분 만에 충전할 수 있다.
폴스타2의 외관 디자인은 곧바로 볼보자동차를 떠올리게 한다. 이른바 '토르의 망치'라 불리는 헤드램프와 'ㄷ자형' 램프 때문이다. 여기에 전면부 폴스타 엠블럼과 프레임 없는 사이드미러가 폴스타만의 개성을 드러냈다.
크기는 중형 세단 수준이다. 전장은 4605mm, 휠베이스(축간거리)는 2735mm이다. 현대차 아이오닉6와 비교하면 전장(4855mm)은 250mm, 휠베이스(2950mm)는 215mm 각각 짧다.
실내 공간은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회사 방향성을 확실히 담았다. 비상등과 음악 재생 버튼 등을 제외하면 물리 버튼을 모두 없앴다. 시동 버튼도 없다. 별도 시동 조작 없이 기어를 주행 방향에 맞게 변속 후 출발하면 되고 기어를 주차(P)에 두고 운전석에서 내리면 시동이 꺼진다. 차량 탑승 중 전원을 종료하고 싶다면 디스플레이의 '차량 전원 끄기' 버튼을 누르면 된다.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에는 내비게이션 화면과 현재 속도, 배터리 잔량 등 필요한 정보만 군더더기 없이 나타낸다. 다만 현재 전비를 확인하려면 직접 계산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100km 단위로 알려주기 때문이다.
약 240km를 주행하고 트립을 보니 15.9kWh/100km로 표시됐다. 전비를 계산하면 약 6.28km/kWh이다. 폴스타2 싱글모터의 공인 전비는 복합기준 4.8km/kWh다. 주행가능 거리 330km, 배터리 잔량 78%에서 시승을 시작했다. 241.9km를 주행 후 남은 배터리 잔량은 25%, 주행가능 거리는 110km로 나왔다. 폴스타2는 배터리 잔량 표기를 10km 단위로 보여준다.
11.2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는 마치 태블릿PC로 차량을 조작하는 것 같았다. 태블릿PC 앱을 실행하듯 편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버튼을 직관적으로 배치했다. 특히 전기차 전용으로 개발된 T맵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돼 내비게이션 사용이 편리했다. 목적지 도착 시 예상 배터리 잔량과 주행 경로에 있는 전기차 충전 시설 현황 등을 보여준다.
성인 남성이 2열에 앉았을 때는 머리 공간(헤드룸)이 좁게 느껴졌다. 중간자리는 차체 바닥 가운데 센터 터널이 높게 튀어나와 있어 앉기엔 불편했다. 하지만 시트 바닥과 등이 만나는 곳 사이에 설치된 별도의 커버를 열면 아이소픽스(ISOFIX) 고정고리가 나온다. 커버를 열고 카시트를 밀어 넣기만 하면 설치가 돼 편리하다.
전면 트렁크(일명 프렁크) 용량은 45L다. 전면 트렁크를 열고 닫을 때 한 번에 닫히지 않아 보닛 양쪽 위를 눌러서 닫아줘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후면 트렁크는 유리창까지 열린다. 용량은 405L로 스핀형 유모차를 분리해 넣고도 여유 공간이 남았다. 2열 좌석을 접으면 후면 트렁크 용량은 최대 1095L로 늘어난다.
싱글모터 모델 170kW의 출력은 일상 주행에 부족함 없는 성능을 보여줬다. 전기차 특유의 뒤로 확 잡아당기는 듯한 순간 가속력을 느낄 순 없었지만, 추월 주행으로 치고 나가는 힘은 만족스러웠다. 고속 주행 중 코너를 돌아 나갈 때도 차체를 꽉 잡아주듯 밀림 없이 안정적이었다. 단단하게 설계된 서스펜션 때문에 과속방지턱이나 노면이 거친 곳을 지날 때는 다소 느낌을 받았다.
후면 주차하다가 가속 페달을 살짝 밟았더니 좌우가 빈 공간인데도 '삐삐삐' 하는 경고음이 들렸고, 갑자기 쿵 하고 멈췄다. 다른 물체와 박았나 싶은 정도의 충격이 느껴졌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었는데 계기판을 보니 '자동 개입 후륜 자동 제동'이라는 안내가 표시됐다. 주차 스토퍼에 반응해 멈춘 것이었다.
지하 주차장 교차로에서 간이 방지턱을 넘을 때도 센서가 반응했다. 좌우 카메라가 켜지며 장애물이 있다는 경고가 나타났다.
폴스타2의 회생제동은 '끄기' '낮음' '표준' 3단계로 나뉜다. 강도에 따라 회생 제동량이 달라져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뗀 후 감속되는 속도가 꽤 크게 차이 난다. 끄기를 선택하면 기어를 중립(N)에 놓고 내리막길을 내려가듯 미끄러지는 타력 주행이 가능하다.
폴스타2에는 '크립' 기능이 탑재돼 있다. 이를 활성화하면 내연기관차 주행 시 기어를 드라이브(D)에 놓았을 때 차가 앞으로 서서히 나가는 것처럼 주행한다. 크립을 끄면 정차 후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아도 정지상태를 유지해주는 오토홀드 기능처럼 사용할 수 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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