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SNS 스냅챗에서 일하던 제임스 페리(37)는 지난해 실직했다. 비용 절감을 위한 구조조정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페리는 세계 최대 구인·구직 플랫폼인 링크트인에서 새로운 캠페인을 시작했다. 페리는 "커뮤니티가 단결해 실직자들에게 면접 기회를 주자"며 댓글 달기 운동을 펼쳤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어닥친 감원 칼바람에 미국 SNS에서 기현상이 벌어졌다. 구인·구직 링크트인에서 해고된 사람의 계정을 공유하고 댓글을 다는 캠페인이 확산했다. 인사 채용자의 계정에 해당 게시글을 드러내기 위한 사회운동으로 풀이된다.
23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링크트인에 '(채용인에게) 도달할 때까지 댓글 달기(Commenting for Better reach)'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축약어로 'CFBR'를 붙인다. 해고된 동료의 일자리를 온라인에서 주선하고 있는 셈이다.
링크트인에서 이러한 캠페인이 시작된 건 IT업계 감원 행렬 때문이다. 지난해 금리인상으로 유동성이 경색되자 메타, 구글 등 빅테크에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지난달에만 7만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캠페인은 간단하다. 실직자가 링크트인에 자신의 이력과 해고된 상황에 관한 글을 올린다. 전 직장 동료들이 이 게시물을 공유하고 'CFBR'이란 댓글을 달아 노출 빈도를 높이는 식이다. 최대한 많은 사용자에게 소식을 알려 인사 담당자와 채용팀에 실직자를 소개하려는 의도다.
댓글이 많이 달릴수록 메인 피드에 더 오랜 시간 노출된다고 링크트인 측은 설명한 바 있다. 게시글의 내용이 어떻든 간에 조회 수가 높고 댓글이 많이 달리면 인기 글로 판단해서다.
사회적 압박도 CFBR 캠페인을 독려하는 동기가 됐다.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동료가 해고당할 때 혼자 외면할 수 없어서다. 실직자의 능력을 보장할 수 없더라도 게시글을 퍼트리며 사회적 평판을 유지하는 셈이다.
한 링크트인 이용자는 WSJ에 "동료가 일자리를 잃는 와중에 댓글 다는 걸 게을리하지 않아야 사회적인 신망을 유지할 수 있다"며 "단순히 '좋아요'만 눌러서는 게으른 동료로 비칠 수 있다"고 했다.
CFBR 캠페인이 얄팍한 위로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직자를 위로하는 수단 중에서 가장 간단하기 때문이다. 직접 재취업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알아봐 주는 행위는 줄어든다. 온라인에 댓글을 달고 게시글을 공유해 양심의 가책을 덜어낸다는 비판이다. WSJ은 "실직자가 올린 글에 비해 댓글의 내용은 빈약하다"고 짚었다.
선의로 시작된 캠페인이 논란이 된 이유다. 일각에서는 이런 현상을 '슬랙티비즘(Slackivism)'이라고 비판한다. 게으름뱅이(Slack)와 사회운동(Activism)을 합친 신조어다. 노력 없이 사회운동에 참여하는 이들을 비판하는 단어다. 한 줄짜리 댓글을 달아 사회적 우월감을 느낀다는 설명이다.
한 IT업체 영업책임자는 "적어도 게시글을 공유하면서 추천사 정도는 남겨야 한다"며 "차라리 울고 있는 이모티콘을 달아주는 게 더 낫다"고 지적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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