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의 전통빵에서 유래한 베이글이 국내 베이커리 시장을 휩쓸고 있다. '베이글 맛집'으로 소문난 빵집에 '오픈런(개점 전부터 대기)'이 이어지고 소비자들 사이에선 뉴욕파, 몬트리올파 등 이른바 '베이글 파벌'까지 등장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 같은 베이글 열풍에 베이글 전문점 창업은 급증하고 있다. 프랜차이즈와 호텔도 자체 베이글을 개발해 시장에 뛰어들었다.
베이글은 밀가루와 소금, 효모로 반죽을 만들어 고리 모양으로 구워 만든 빵이다. 정통 방식에선 달걀, 우유, 버터가 들어가지 않아 지방과 당분이 상대적으로 적다. 폴란드계 유대인의 주식이었던 베이글은 19세기 유대인들이 북미대륙으로 이주하며 미국, 캐나다 등으로 확산됐다.
국내에선 창고형 할인매장인 코스트코나 베이커리 도매상 정도에서 베이글이 주로 유통되다 최근 몇년새 오프라인 전문점이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원조격으로 꼽히는 '베이글 3대 맛집'으로는 '코끼리 베이글', '마더린너 베이글', '런던 베이글 뮤지엄' 등이 꼽힌다.
치밀한 질감에 다양한 크림치즈를 얹은 뉴욕식 베이글로는 마더린너(Mother in law, 장모) 베이글이 많이 거론된다. 이 베이글 매장의 사장은 실제 미국 뉴욕에 13년동안 장모가 운영했던 베이글 전문점을 한국에 2호점으로 냈다.
런던 베이글 뮤지엄은 평일에도 몇 시간 '웨이팅'이 기본인 가장 '핫'한 베이글 전문점으로 꼽힌다. 여러가지 원재료를 섞은 베이글과 샌드위치를 선보이고 영국풍 인테리어로도 유명해 SNS에 자주 등장한다.
그 외에도 '포비', ' 아이엠베이글', '에브리띵베이글' 등 베이글 전문 브랜드가 잇따라 출점하고 있다.
지난해 9월 20여개 직영점에 출시한 데 이어 최근 전국 3400여 매장에서 베이글 신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파리바게뜨 매장 관계자는 "당일 생산된 베이글이 모두 조기 품절되고 베이글 매출은 평균 20% 가까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여러 악재에 시달리며 속앓이를 해온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는 모처럼 소비자들의 호응이 이어지자 고무적인 분위기다.
신라호텔은 유태인 빵 제조기술자의 원조 노하우를 찾아내기 위해 6개월 동안 파티시에들이 연구개발에 매달릴 정도로 베이글에 공을 들였다. 제주 씨감자를 이용한 천연발효종을 넣은 베이글을 개발해 최근 제주신라호텔에 선보였다.
베이커리 업계에선 상당기간 베이글의 열풍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베이글이 식사, 디저트, 간식 등 여러가지로 활용될 수 있는 제품이어서다. 제빵업계 관계자는 "베이글이 식빵을 대체할 정도의 대중성을 확보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베이커리 시장이 포화상태인데다 온라인 시장에서도 이미 베이글이 유통되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오프라인 시장 확장은 제한적일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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