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는 보조금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EU 회원국 간 재정 격차로 인해 단일시장에 균열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불가피한 면이 있다. EU는 한발 더 나아가 중국 등의 불공정 보조금을 지적하며, 이로 인한 역내시장 왜곡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도 내놓았다. 7월부터 역외보조금 규정이 시행되면, EU 내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조달과 인수합병을 할 경우 보조금에 대한 사전심사가 의무화된다.
그러나 보조금에 대한 EU의 강경한 입장은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공급망 위기를 겪으면서 조금씩 완화돼왔다.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 산업에 대해서는 제한적으로 지원을 해왔으며, 임시 위기 보조금 승인기준을 마련해 경제난에 대처해왔다. 보조금 승인 기준이 완화되면서 EU가 우려했던 부작용도 가시화되고 있다. 2022년에 지급된 6720억유로의 임시 위기 보조금 중 독일이 53%, 프랑스가 24%를 차지해 회원국 간 빈부격차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EU가 역내 청정산업 육성을 위해 보조금을 지원하고 역외국에서 받은 보조금에 대해서는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이 자칫 이율배반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의 IRA 강행 의지를 고려할 때 청정산업에 대한 EU의 보조금 지원 역시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더욱이 미국과 EU의 싱크탱크들은 친환경 분야가 아직 과잉생산을 우려할 단계가 아니라는 점을 들어 보조금 경쟁의 명분을 쌓아가고 있다. 또한 EU의 새로운 역외보조금 규제도 세계무역기구(WTO) 다자주의 체제의 틀 안에서 작동하고 있다. 다시 말해 EU가 추진 중인 보조금 완화와 규제는 향후 보조금에 대한 국제적 표준으로 정착될 가능성이 높다.
유럽 진출을 고려하는 국내 기업은 입지 선정 시 보조금 수혜 가능성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EU 역외보조금 규정은 허용 가능한 보조금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 방심하면 대규모 프로젝트가 무산될 수도 있지만 대비만 잘한다면 중국 등 경쟁국에 비해 우위를 점할 기회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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